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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구 Aug 07. 2024

유방암 환자의 루틴

4월 달에 유방암이 재발했다는

결과를 듣고 난 후부터

커피, 유제품, 밀가루 음식, 튀긴 음식, 구운 고기,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와인, 맥주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다 끊었더니

한 달 만에 무려 5kg이 빠졌다.


그동안 살찌지 않으려고

(살찌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아줌마)

웨이트 PT 받고

필라테스, 수영, 인라인 스케이트, 스피닝, 요가, 만보 걷기 등 온갖 운동을

번갈아 가며 꾸준히 하고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다이어트 보조제,

칼로리 커트제 등을 복용하고

체지방을 분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스타킹도 착용해 보고

녹차, 우롱차, 보이차 등 지방을 분해해 준다는

차도 열심히 마셨다.


끝끝내 빠지지 않던 마지막 3kg을 빼고 싶어서

다니던 피부과 의사에게 다이어트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더니

의사의 양심상 정상 체중인 사람에게

3kg 빼자고 다이어트약을 처방해 줄 순 없다며

간식을 좀 끊어보라는 핀잔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사랑 라떼는 끊을 수 없었으며

가끔 먹는 아이스크림,

더 가끔 먹는 과자와 라면이 뭐 그리 체중을 늘리겠냐며 (실제로 늘렸는데?)

자신과의 타협을 계속하고 있었으며

와인 속엔 폴리페놀이 있어서 괜찮다며

좋은 사람들과 분위기 좋은 와인바 다니는

재미를 끊을 수 없었으며 (이런 재미도 없으면 세상을 어떻게 살지?)

과일은 건강한 항산화 식품이라며

앉은자리에서

거봉 한송이 다 먹어 치우여자였다.


암환자로서 식단에 너무너무 무지했고

왜 자꾸 단 게 당기고

고기가 당기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은 과거를 반성하고

과자가 당길 땐 

견과류 한 줌을 꼭꼭 씹어먹고

음료수가 당길 땐 레몬수를 마시

커피대신 캐모마일차를 마시고

밤늦게 야식이 당길 땐 오이나 당근 스틱을 우걱우걱 씹어 먹는다.

좋아하던 와인, 맥주도 완전 끊었다

(사는 낙이 없...)


암수술받은 지 10주가 지난 오늘,

여전히 5kg이 빠진 상태에서 변동이 없으며

군살 하나 없이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날 만큼

그리도 원하던 이상적인 몸무게에 도달했다.

그런데 전혀 기쁘지가 다.


인바디를 측정해 보니 체지방도 빠졌지만

근육량이 3kg 가까이 빠졌다.

죽어라 운동하며 근손실 날까 봐

전전긍긍하며 산 세월이 허망해지는

순간이다.

게다가 몸무게가 순식간에 많이 빠지니

엉덩이 볼륨이 다 꺼지고

(애플힙 아니고 방석힙)

피부도 푸석푸석 해지고

기력이 없고 금방 피곤해진다.


여러 암 관련 책과 유튜브를 참고하여

식단을 짜고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하루 루틴은 다음과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염으로 입안을 가글 한다.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로열젤리를 한 숟갈 퍼 먹는다.

면역력 증강에 좋다는 피지에이폴리를

한 포 뜯어먹고

관절통에 좋다는 MSM 영양제를 두 알 먹는다.

  

케일, 토마토, 사과, 셀러리, 비트, 블루베리, 브로콜리, 당근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색깔별로 싹싹 털어서

블렌더에 갈아 마신다.

여기에 레몬즙과 화이트 발사믹, 생들기름을

어서 마시면 건강한 맛인데 정말 맛있다.

청담동 카페에서 나오는 착즙스무디

저리 가라 할만한 고오~급진 맛이 나온다.

스무디만으로 배가 안 차는 날에는

통밀빵에 아보카도 닭가슴살 샌드위치를

해 먹거나 에그 스크램블을 먹는다.



점심엔 가끔 맛집에서 외식을 하는데

어떻게든 야채가 포함된 식사를 하려 애쓴다.

친구를 만날 때도 가급적 한식을 먹는다.


저녁에도 역시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삼계탕, 청국장, 보리굴비, 샤부샤부,

낙지연포탕, 월남쌈, 갈치찜, 황태국,

매생이국, 배추전, 도토리묵 등등

다양한 요리를 해 먹고 있다.

웬만하면 야채샐러드는 빼먹지 않고 차린다.

가끔 기력이 달려 음식을 못하겠는 날엔

집 근처 반찬가게 세 군데를 번갈아 가며

반찬을 사다 먹는다.

한 군데만 가면 물리니까.


염도가 너무 높지 않게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게

유기농 또는 무농약, 무항생제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 먹다 보니

가끔 외식을 할 때 너무 달고 짜고 매운

음식맛에 혀가 금방 질려버린다.

사진상으론 맛있어 보이나 내입엔

너무 자극적이다. 외식을 하면 온갖

자극적인 첨가물들과 화학조미료가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에 돈이 아깝다.


삼시 세끼 꼬박꼬박 차려먹고

간식이라고 해봐야 견과류나 약간의 과일,

녹차, 캐모마일차가 전부라

살이 찔 이유가 없다.


그동안 방사선 치료받느라

강도 높은 운동은 무리라는 생각에

지난 한 달 동안 단월드에서 명상과

체조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단전 치기, 명상, 기체조를 하고 있으려니

심신이 고요해지고

머릿속은 맑아졌으며

강도 높은 웨이트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명상 도중 들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푸시쉭~뿌압 뿌압~'하는

방귀소리에 명상의 집중도가 날아갈 때도

있지만 나도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는 시간이다.


명상이 끝나고 집에 오면

샤워를 하고 따뜻한 물 한잔 마시고

책 읽고 브런치 보고 쿠팡으로 식재료 주문하고

잠잘 준비를 한다.


이런 하루하루가 모여

고요한 나를 만들고

몸속 스트레스와 암세포가 사라지고

더불어 뇌동맥류도 더 이상 부풀지 않고

잠잠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밖엔 없다.


물론, 현실은 늘 우아하지도

고요하지도 않지만

되도록 이러한 루틴을 잘 지켜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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