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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껌 Oct 20. 2023

14) 활활은 아니더라도

 ‘착’하는 소리와 함께 가스버너가 켜졌다. 진심으로 여기에서 라면을 먹는다고? 경기도 외딴 도로 어딘가, 비어있는 건물 뒤의 시멘트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엄마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배고프지?’라는 말과 함께 서프라이즈처럼 그렇게 진행되었다.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야무지게 김치, 계란까지 준비했다. 그렇게 느닷없이 느닷없는 장소에서 먹은 라면은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시즈오카 공항에서 녹차 도넛과 샌드위치를 먹었는데도 배가 너무 고팠다. 비행기에서 녹차 빵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팠다. 인천공항에서 큰 삼각김밥 하나를 사서 먹었는데도 배가 고팠다. 운전하는 내내 배가 고팠다.      

 밤 10시가 훌쩍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캐리어는 던져두고 손만 우선 씻었다. 찬장에 딱 하나 남은 컵라면을 꺼내 뜯고 물을 끓였다. 일주일 동안 먹지 못한 배추김치를 냉장고에서 꺼내 컵라면과 같이 먹었다. 비로소 배가 불렀다.      


 오늘도 조금씩 타오르고 있다. 활활은 아니더라도.      


사진

https://literarymindpalace.weebly.com/literary-thoughts/burning-in-the-rain-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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