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는 소리와 함께 가스버너가 켜졌다. 진심으로 여기에서 라면을 먹는다고? 경기도 외딴 도로 어딘가, 비어있는 건물 뒤의 시멘트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엄마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배고프지?’라는 말과 함께 서프라이즈처럼 그렇게 진행되었다.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야무지게 김치, 계란까지 준비했다. 그렇게 느닷없이 느닷없는 장소에서 먹은 라면은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시즈오카 공항에서 녹차 도넛과 샌드위치를 먹었는데도 배가 너무 고팠다. 비행기에서 녹차 빵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팠다. 인천공항에서 큰 삼각김밥 하나를 사서 먹었는데도 배가 고팠다. 운전하는 내내 배가 고팠다.
밤 10시가 훌쩍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캐리어는 던져두고 손만 우선 씻었다. 찬장에 딱 하나 남은 컵라면을 꺼내 뜯고 물을 끓였다. 일주일 동안 먹지 못한 배추김치를 냉장고에서 꺼내 컵라면과 같이 먹었다. 비로소 배가 불렀다.
오늘도 조금씩 타오르고 있다. 활활은 아니더라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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