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서른아홉
출세
장일순
요즘 출세 좋아하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것이 바로 출세지요
나, 이거 하나가 있기 위해
태양과 물, 나무와 풀 한 포기까지
이 지구 아니 우주 전체가 있어야 돼요
어느 하나가 빠져도 안 돼요
그러니 그대나 나나 얼마나 엄청난 존재인 거예요
황정은 작가의
[아무도 아닌] 책 중 [복경]이라는 단편 소설에서
"도게자"라는 말을 처음 봤습니다.
그 단어가 가진 폭력성에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였죠.
이걸 사과하는 자세라고 알고 있지만
이것은 사과하는 자세가 아니야.
(중략)
꿇으라면 꿇는 존재가 있는 세계.
압도적인 우위로
인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경험.
모두가 이것을 바라니까 이것은 필요해 모두에게.
그러니까 나한테도 필요해.
그게 왜 나빠?
모두 "출세"하여 존귀한 존재입니다.
"도게자" 같은 것을 바라서는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