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립니다, Ex
2006년 회사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근속 20년을 채우고 있는 중이다. 착실한 것인지, 요령이 없는 것인지, 하루하루 다니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입사 동기는 100명이 넘었었는데, 공부, 이직, 유학 등으로 많이 사라졌다. 곁에 남은 입사 동기는 몇 없다. 지금은 술 먹는 회식도, 진급턱도 사라졌지만, 내가 신입사원이었던 그때는 2차까지는 기본이었고, 술은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 회식들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것은 내 안에 하이드(내 안에 나쁜 년, 욕도 하고, 깨물고, 소리치고, 울고, 힘도 세다.)가 있고, 하이드가 나오면 주사가 꽤 험하다 것, 주량은 맥주 1500cc, 맥주 외의 소주, 양주, 막걸리는 모두 쥐약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나는 회식 자리에서 나쁜 쪽으로 유명해졌고, 회식 다음 날은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 아무리 술잔을 세고, 허벅지를 꼬집고, 물을 마시고 술을 버려도, 하이드는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회식의 2차는 으레 노래방이었고, 신입사원이던 2006년 내 레퍼토리는 Ex의 [잘 부탁드립니다]였다. 나를 뽑아주신 팀장님께서 그 노래를 좋아하셔서, 팀장님의 신청곡으로도 불렀다. 십수 년이 지난 후에 팀장님은 다른 회사 상무님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도 그 노래가 기억이 난다고 하셨다.
하이드가 나오기 전 밝은 내가 부르며, 팀장님과 선배님께 간접적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마음을 담아 불렀던 노래다. 팀장님은 잘 봐주셨지만, 선배들은 이 노래를 부르는 나를 곱지 않게 보았던 기억도 있다. 팀장님에 대한 아부로 보았기 때문이다. 노래가 조금 간드러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이 정도로 나왔어도 즐겁잖아요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마지막 "잘 부탁드립니다"와 함께 90도 인사로 마무리
지금은 부르기에 어색한,
젊었기에 부를 수 있었던, 신입 사원의 노래다.
[노래 들어보기]
https://youtu.be/0sdF3UxGhEw?si=KyX7wjhS_uy_ykAl
[가사 전문]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적당히 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유후
끝내줬어요
긴장한 탓에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았죠 바보같이
한 잔 했어요
속상한 마음 조금 달래려고 나 이뻐요? 히~
기분이 좋아요
앗싸 알딸딸한 게 뿅뿅 가네요 몰라요
이 정도로 나왔어도 즐겁잖아요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나나나나나나나나 노래나 할까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It's a beautiful day
좀 쌀쌀하네요
차가운 바람이 휙~ 가슴을 쓰네요 아프게
걱정은 안 해요
이젠 익숙해질 때도 돼버린 거죠 한두 번도 아닌데
울어도 되나요
가끔은 혼자 펑펑 울고 털고 싶어요 엉엉~
이젠 괜찮아요
딱 한잔만 더 할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 정도로 나왔어도 즐겁잖아요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나나나나나나나나 노래나 할까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It's a beautiful day
이 정도로 나왔어도 즐겁잖아요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나나나나나나나나 노래나 할까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It's a beautiful day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제 얘길 들어줘 정말 고마워요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