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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이 나를, 죽일 것 같았다

시 백이

by 설애

다정이 나를


김경미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이 시를 읽기만 해도 죽을 것 같았습니다.

이 시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여러번 옮겨 적었습니다.


너무 단 초콜릿이나

입천장에 닿으면 미끌거리는 생크림을 먹을 때,

울렁거리는 마음 같기도 하고,

영화에서 사랑 고백 직전에

설레면서 간질간질한 마음 같기도 한데,

불안하기도 한,

묘한 마음인데,

이유를 물으신다면......


다정이 좋으면서도 무서워서일까요?


사랑받아 충분하다는 믿음

사랑을 계속 받으리라는 믿음

그런 믿음이 없어서일까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다정에 죽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싶은 마음


저는 계속 다정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할머니 집처럼 찾아와 주세요.


차린 건 시 밖에 없을거지만,

다정을 듬뿍 뿌려 행복해지는 시를 준비할께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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