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삼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부탁
나태주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멀리서 빈다]는 멀리 있는 그리운 사람을 향하고,
[부탁]은 가까이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합니다.
병상에 있던 시인의 아내가 오랜 병간호에 아프자 [부탁]을 썼다고 합니다. 시인의 말입니다.
예전에 아이들을 키울 때 보면
어린 아기들은 빈 방에서 혼자 놀더라도 어디선가 엄마의 기척이나
음성이 들리기만 하면 안심하는 걸 보았지요.
그렇습니다.
이 시는 바로 그런 아기가 엄마를 찾고 의지하는 심정으로 쓰여진 시입니다.
내일은 추석입니다.
멀리 있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사람, 모두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안녕이란,
빗 속에서 울지 말고,
참는데 익숙해지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
부디, 안녕하시길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