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오
하늘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은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푸른 하늘은 무슨 맛일까요?
스프라이트처럼 시원할까요?
사과 쥬스처럼 상쾌할까요?
커피처럼 깨워줄까요?
쟈스민차처럼 향기로울까요?
푸른 하늘을 저도 마시고 싶어요.
그럼 저는 어떻게 익을 수 있을까요?
능금처럼?
홍시처럼?
가을을 마시는 시간들로
마음이 채워지고 익어가기를
따스한 햇살에 아픔은 녹기를
오늘도 그대의 행복을 바라며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