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강지영
어른이 되는 것은 당연한가?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 있다.
예를 들면,
매일 학교에 가는 것
방과 후 학원에 가는 것
부모님이 주는 등록금으로 대학 다니는 것
어른이 되는 것
"재이는 무병장수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딱 한 번만 어른이 되어보고 싶다."
주인공 재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 다회차 환생을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죽는 재이는 같은 인생을 계속 반복한다.
2005년 5월 3일 아침 9시 5분
체중 3.45킬로그램, 키 51센티미터,
혈액형은 A형
엉덩이엔 모래시계 모양의 몽고반점을
가진 여아
태명은 밤비였고
엄마 김은혜 씨에게서 태어나
사흘 만에 얻게 된 이름 '송재이'.
그런데, 그 환생을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 소영은 그 환생의 기간 동안 계속 나이 먹는다. 재이의 가족도 아닌 소영은 26살 고시원에 있는 대학원생으로, 다시 돌아온다.
인생은 불평등하다
재이가 새로 태어나, 새로운 기회를 얻는 동안 소영은 계속 나이 먹는다. 재이가 6살, 소영이 32살에 죽으면 다음 생에는 재이는 다시 태어나고, 소영은 26살에 32살의 몸으로 태어난다.
이 세상의 중심은 재이고, 소영은 자신의 나이를 재이에게 저당 잡힌다. 재이가 다시 10살을 살다 죽으면 소영은 24살에 42살의 몸으로 태어난다.
“소영의 인생은
재이라는 동그라미를 훌라후프처럼
허리에 두른 직선이었다.
세상이 박살 났다 재조립되는 동안
그녀 홀로 머나먼 어딘가를 향해
뚜벅뚜벅 늙어갔다.”
재이는 7회 차에 드디어 어른이 되지만,
소영은 7회 동안 누적된 나이로 노인이 되어버린다.
이 이야기는 다회차 회귀소설로 끝나지 않고 한국에서 한 여성이 생존하기 위한 조건들을 논할 수 있는 책으로 확장된다. 즉, 다시 태어나는 재이가 죽는 이유와 소영이 재이를 어른으로 만들기 위해 그 조건들을 충족시켜 가는 과정들을 잘 보아야 한다.
재이는 한국 여성의 대명사다.
82년생 김지영의 지영, 지수, 정숙, 정아, 지아, 주아, 자영 등 많은 여자 J, 재이들
그 J들을 위협하는 것은 집 안에도, 집 밖에도 있다.
어른의 무관심과 방치,
부모의 불륜,
가정불화,
학교 내 괴롭힘과 폭력,
각종 범죄와 사고의 위험 등으로 인한 종말
어른이 되는 것이 기적이라고 느껴질 만큼의 위협
하지만 어른이 된 재이는, 완벽하지 않다.
그 완벽하지 않음과 불안으로 인해, 오히려 사실 같다.
어느 시점의 완벽이, 인생의 완벽을 대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묻고 싶다,
어른이 되는 것이,
그 기적 같은 일 이후에는 어떤 삶이 있는지.
소영은, 무엇인가?
홀로 늙어가면서,
재이를 지카는 역할을 받아들이는
소영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
소영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가,
재이 같은 딸이 되고 싶었다가,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책.
하지만, 이 책은 현실에 비하면 동화 같은 책
다회차 환생 소설.
<책의 미로> 열 번째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