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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물이 되어 출렁이고 싶다

시 아흔둘

by 설애

소금


이건청


폭양 아래서 마르고 말라, 딱딱한 소금이 되고 싶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쓰고 짠 것이 되어 마대 자루에 담기고 싶던 때가 있었다. 한 손 고등어 뱃속에 염장질려 저물녘 노을 비낀 산굽이를 따라가고 싶던 때도 있었다. 형형한 두 개 눈동자로 남아 상한 날들 위에 뿌려지고 싶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딱딱한 결정을 버리고 싶다. 해안가 함초 숲을 지나, 유인도 무인도를 모두 버리고, 수평선이 되어 걸리고 싶다. 이 마대 자루를 버리고, 다시 물이 되어 출렁이고 싶다.


너무 바싹 마르는 건

너무 딱딱하고

너무 짠 것은

싫어서


다시 바다로 가는 마음이 이해됩니다.


다시 물이 되어 풀어지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틔입니다.


그러니, 너무 바싹 마르지는 말아요.


오늘의 그림은

아들이 그린 [고래]입니다.

바닷 속을 유영하는 저 고래처럼 자유롭기를 희망합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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