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이십사
농담 한 송이
허수경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
농담 한 송이를 따서 가져오고 싶다
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
끝끝내 서럽고 싶다
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
살고 싶다
가장 서러운 구석에서 딴
농담 한 송이를 안주로 시 한 잔 합시다.
아린 농담 한 송이와 쓴 시 한 잔이면
또 살아지지 않겠습니까?
때로는 술처럼
때로는 커피처럼
때로는 아이스티처럼
바라건데 생명수로 시 한 잔 나눕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