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이십삼
안경에게
권오범
너는 내 마음의 창
네가 없다면 나는 청맹과니
컴퓨터가 무슨 소용이랴
매일 월담하는 싱싱한 언어들마저
너 없이는 그림의 떡이라서
공연히 씀벅거릴 뿐
물안개 헤살 벗어날 수가 없다
남은 생 다정하게
어딜 가나 함께 하리니
행여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야
잠자리에 들 땐 반드시 네 방에서
다리 포개고 격식 갖춰 누워야 한다
한뎃잠은 매우 위험하니까
* 청맹과니: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나, 실상은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 당달봉사.
* 슴벅거리다: 눈꺼풀을 움직여 자꾸 눈을 감았다 떴다 하다. 슴벅대다. [작은말] 삼박거리다. [센말] 씀벅거리다.
* 헤살: 짓궂게 방해함
* 한뎃잠: 한데서 자는 잠. 노숙(露宿).
새로운 단어를 잔뜩 배웠습니다.
시인의 안경은 대접받고 있네요.
딸 아이는 안경을 쓰고 자던데, 괜찮을까요?
저는 눈이 좋은 편이라 지금까지 안경을 쓰지 않고 살았는데, 슬슬 노안이 와서 안경이 필요할 수도 있겠어요. 안경을 쓰게 된다면 저도 시인처럼 안경과 다정하게 살아야겠어요.
사진은 잘 생긴 육성재 안경 낀 모습
출처 : https://share.google/aTTI8Yc0z2OnMQ295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