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방정환
맑고 깨끗하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은 동심과 닮았다.
연꽃같이 피어난 음악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은 남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통영국제음악당 뜰에 묘석이 있다. 묘석에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적혀있다.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항상 깨끗하다는 뜻으로 연꽃에 비유된다.
윤이상은 일본에서 첼로와 작곡을 수학하고 일제 강점기에 반일 지하 조직 활동으로 투옥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통영과 부산 등지에서 음악 교사 및 사회 운동가로 활동했으며, 한국전쟁 중에는 전쟁고아원 원장을 맡기도 했다. 195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작곡 활동을 이어갔고, 1956년 프랑스를 거쳐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현대 음악을 공부했다. 1967년 서독에 거주하던 중 중앙정보부에 의해 납치되어 서울로 압송되었고, '동백림 사건'1)에 연루되어 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전 세계 음악가들의 탄원과 서독 정부의 노력으로 형량이 감형되어, 1969년 석방되어 서베를린으로 돌아갔다. 1971년 독일로 귀화했으며, 하노버 음악대학과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1995년 베를린에서 78세로 생을 마감했으며,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Landschaftsfriedhof Gatow)에 안장되었다.
타계 23년 만인 2018년, 그가 생전에 염원했던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곳에 묻어달라"는 뜻에 따라 고향 통영으로 유해가 이장되었다.
1) 동백림 사건은 1967년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KCIA)가 발표한 대규모 간첩단 조작 사건.
당시 서독의 수도였던 서베를린과 동독의 수도였던 동베를린(한자 표기: 동백림)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유럽 지역의 한국인 유학생과 교민들을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다는 혐의로 강제 연행하고 간첩죄를 적용한 사건이다.
작지 않은 물결, 출렁이는 파도로 남은 사람
소파(小波) 방정환(1899-1931)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아동문학가, 아동문화운동가, 사회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로, '어린이날'을 제정하였다.
그의 호 소파는 '잔물결'으로, "나는 여태 어린이들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일을 했소. 이 물결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오, 훗날에 큰 물결 대파(大波)가 되어 출렁일 테니 부인은 오래오래 살아서 그 물결을 꼭 지켜봐 주시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묘비명은 동심여선(童心如仙)으로 '어린이의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뜻이다.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한 그의 정신을 담은 문장이다.
어려운 시대를 살며, 마음을 맑게 지켰던 이들을 소개한다.
난세의 파도와 격랑을 온몸으로 맞으며 만들어낸 업적이 오늘의 작은 일상을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