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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묘비명 부록: 어떤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베르톨트 브레히트

by 설애

어떤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책 속에는 왕의 이름만 나와있다.

왕들이 손수 돌덩이를 운반해 왔을까?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되었던 바빌론 -

그때마다 그 도시를 누가 재건했던가? 황금빛 찬란한

리마에서 건축노동자들은 어떤 집에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준공된 날 밤에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제국에는

개선물들이 참으로 많다. 누가 그것들을 세웠던가? 로마의 황제들은

누구를 정복하고 승리를 거두었던가? 끊임없이 노래되는 비잔틴에는

시민들은 위한 궁전들만 있었던가? 전설의 나라 아틀란티스에서조차

바다가 그 땅을 삼켜 버리던 밤에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이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가 혼자서 해냈을까?

시이저는 갈리아를 토벌했다.

적어도 취사병 한 명쯤은 그가 데리고 있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필림왕은 그의 함대가 침몰당하자

울었다. 그 이외에는 아무도 울지 않았을까?

프리드리히 Ⅱ는 7년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이외에도

누군가 승리하지 않았을까?


역사의 페이지마다 승리가 나온다.

승리의 향연은 누가 차렸던가?

10년마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난다.

거기에 드는 돈은 누가 냈던가?


그 많은 사실들.

그 많은 의문들.


브레히트는 묘비명이 없습니다.


https://brunch.co.kr/@snowsorrow/488


제가 그를 대신하여 묘비명을 정해야 한다면 저는 이 시를 적겠습니다.


역사의 페이지에 기록된 그 승리, 그 승자 뒤에 숨어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신하여 의문을 가져준 이 시를요.


지나가듯 이 시를 보고, 제가 이 시를 다시 찾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시인은 모를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인 저는, 승리자는 아닐뿐더러 어떤 승리의 뒤에도 서지 못하였으니, 결국 역사에 남을 수 없겠지만, 이 시로 위로받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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