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의 서정곡, 블랙홀
까맣게 흐르는 깊은 이 밤에
나 홀로 외로이 잠 못 이루네
[깊은 밤의 서정곡]은 락 발라드로 가사가 참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가사를 높은 음으로 부르는 보컬 주상균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면서도 고음이 부드럽고 감미롭다. 이 노래는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우주의 블랙홀과 같이 음악으로 빨아들이겠다는 취지로 결성된 한국의 대표적인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이 불렀다.
1989년 2월에 발매된 [Miracle]에 수록된 곡으로 나는 이 곡을 고등학교 때 락을 듣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의 까만 밤,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이 노래를 들으며 감상에 빠졌다. 노래가 좋아서 대학교에 가서도 종종 찾아들었던 곡이다.
이 노래는 내게 카타르시스, 즉, 심리적 정화를 선사하여 부정적 감정들을 몰아내주었다. 가사처럼 밤안개를 헤매다가 별빛을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시간을 펼쳐주었다. 눈물을 쥐어짜내는 가사도 아닌데 음률과 목소리는 애절한 노래. 어느 가사에도 위로 한 자락 없으나 나는 그 노래로 위로 받았다.
어른스러운 척 해보았으나 마음에 자라지 못한 어린 내가 있었으니, 이 음악은 그 아이를 위로해주는 음악이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의 나는 내 나이보다 더 나이든 삶을 살아내야 했다. 그 괴리를 채워주는 음악이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확할지도 모르겠다.
고요한 밤, 나만 깨어 별과 소통하는 밤. 지독하게도 조용하고 외로워 눈물이 흐르는 밤, 어둠과 별 뿐인 이 노래는 블랙홀처럼 잡생각을 빨아들이고 나에게 깊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고등학교 3학년. 나는 야자를 공식적으로 빠져나와 이들의 콘서트를 보러갔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콘서트를 보기 위해 야자를 빠지겠다는 나의 솔직한 이야기에 외출증을 끊어주셨다. 한 마디도 되묻지 않고 목적지와 돌아오는 시간만 물어보셨다.
나는 드디어 이들을 마주했다. 기억나는 것은 어두컴컴한 공간과, 바닥을 두드리던 드러머, 그리고 보컬의 공기를 가르는 목소리, 마침내 [깊은 밤의 서정곡]. 보자기로 싸놓은 듯, 그 기억은 먼지 하나 없다. 그 외출은 일탈이었고, 이제 추억이 되었으니 성공적이었다.
끝없는 진행 중 잠깐 멈춤이, 나를 향한 응시가, 고요한 위로가 어떤 의미인지 난 이 노래로 이해했다.
파란 별빛만이
나의 창가로 찾아드네
[가사 전문]
까맣게 흐르는 깊은 이 밤에
나 홀로 외로이 잠 못 이루네
파란 별빛만이
나의 창가로 찾아드네
밤안개 흐르는 고요한 밤에
나 홀로 외로이 잠 못 이루네
흐르는 눈물에
별빛 담기어 반짝이네
깊어 가는 하늘아래
잠든 세상 외면하여도
지쳐 버린 눈망울엔
별빛마저 사라지네
깊어 가는 하늘아래
잠든 세상 외면하여도
지쳐 버린 눈망울엔
별빛마저 사라지네
어둠에 흐려진 눈동자 속에
그리움 가득히 넘쳐흐르네
어두운 하늘만
나의 눈가에 사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