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시 백칠십칠

by 설애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나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 시인이 19세에 지은 시라고 합니다.

이 시의 성숙함과 시를 지은 시기를 연결하다 보면,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가장 성숙한 나이의 시라고 결론짓게 됩니다.


그대의 일상에 녹아 사소한 내 그리움이 그대가 힘이 들 때 닿을 것이라는 생각, 내 사랑이 기다림이 되고 언젠가 그치겠지만 이 시간은 소중해질 것이라는 믿음.


그래서 반어법인 즐거운 편지.


사랑의 결실을 묻지 않는,
사랑하는 순간의 진실.


눈이 퍼부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림은 언제나처럼 Gemini가 그렸습니다.

Gemini가 저의 글을 채우는 사소함이네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