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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말고, 집

시 백칠십오

by 설애

출근길


김수열


허공에 매달려 밤을 보내고

아침이면 자석에 끌리는 쇠붙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나와

지하 주차장에서 여태껏 자고 있는

승용차의 귀를 비틀어 깨우고는

신호등 없이 길게 누운

동부산업도로를 달린다

대천동 네거리 지나

으악새 흐드러진 들길을 지나

제밤나무 늘어선 가로수 지나 오늘만큼은

좌회전 없이 그냥 달리고 싶다

갈매기 떼지어 낮게 흐르는 바닷가 하얀 모래밭

그 허리를 에두르는 물마루 너머까지

한 번도 미친 듯 밟아본 적이 없는

내 마음의 액셀레이터

한없이 밟고 싶다

무작정 달리고 싶다


한 해가 이제 십여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져 휴가 보상비를 주지 않는 관계로 20년 근속에 처음으로 주어진 휴가를 다 써봅니다.

휴가 보상비를 줄 때는, 그 돈이라도 아껴서 살림에 보태거나, 스스로를 위해 작은 선물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휴가 보상비도 주지 않으니, 휴가를 다 소진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연말에 와서 휴가를 쓰는 중입니다.

이번 주는 쭉~ 쉽니다.


시에서 이야기하는, 내 마음의 엑셀레이터를 밟을 수 있지요.

한없이 밟아 무작정 달릴 수 있습니다.

일정을 맞춘 듯, 행사가 있어 둘째 아이도 잠시 떠나있습니다.

그래서 더 한가하게, 겨울의 짧은 낮을 혼자 즐깁니다.


혼자 주어지는 시간을 위해, OTT도 한 달 결재했습니다.

일단,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을 볼 예정이고, 추천해주시는 영화도 좀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주시겠어요?


판타지, SF, 로맨스, 결투, 느와르... 다 좋아합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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