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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 않는 눈사람

시 백칠십삼

by 설애


김소월


새하얀 흰 눈, 가비얍게 밟을 눈,

재 같아서 날릴 꺼질 듯한 눈,

바람엔 흩어져도 불길에야 녹을 눈,

계집의 마음, 임의 마음


눈처럼 새하얗게 순결한 마음

눈처럼 가비얍게 뽀득이는 마음

눈이 재처럼 날리는 듯 꺼질듯한 마음

바람에 흩어질 듯 굳지 않은 마음

불길에 녹을 듯 차가운 마음

그 마음이 임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눈사람처럼 녹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제가 아시는 분은 유치원생 딸이 있습니다.

그 딸이 눈사람을 만들어 베란다에 내놓았습니다.

해가 들으면 녹을 테니,

그 눈사람을 냉동실에 넣습니다.

딸이 일어나 눈사람을 찾습니다.

냉동실을 열어 눈사람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눈사람은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실화입니다.

눈사람이 녹으면 속상해할 딸을 위해 오랫동안 냉동실 한 자리를 비워준 따뜻한 아빠의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싫어할지도...)


요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겨울나시길 바랍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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