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이 소설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해요.
책, 동네 서점, 책에서 읽은 좋은 문구,
생각, 성찰,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성장,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그리고 좋은 사람들.
황보름 작가의 말로 이 책은 열린다.
열린다고 훅, 들어가려고 하니 열지 않은 서점 앞에서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 영주가 문을 열어도, 손님은 근무 시간 외에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다며 돌아간다. 영주는 그 마음을 고맙게 받는다는 듯 미소지으며 배웅한다.
이 책의 태도가 이 시작과 닮았다.
이 책은 나의 책에 관한 브런치북을 닫는 마지막 책으로, 브런치 북의 중심 책이다. 30권의 책이 모두 연관된 책은 아니지만,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 관련된 책을 꽤 많이 읽으며 브런치북을 채워왔다.
13. 일하지 않을 권리, 용기 - <일하지 않을 권리>
15. 틈을 놓치지 않고 유혹하는 악마의 기술 - <파우스트>
17. 먼 곳에서 온 노래 - <쇼코의 미소>
28. 세계와 세계의 연결 - <빛의 호위>
29. 고슴도치가 된 고슴도치의 우아함 - <고슴도치의 우아함>
이 책에 언급된 <너무 한낮의 연애>, <데미안>,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미 읽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책들이, 또 하나의 배경으로 작동한다. 마치, 수많은 톱니바퀴가 돌면서 움직이는 오토마타처럼, 이 책에 언급된 책들은 이 책을 움직이는 톱니바퀴이다.
혹시 <설국열차>를 본 적이 있는지? 톱니바퀴가 없으면 움직임이 멈추는 것처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 이 책들을 읽어왔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을까?
이 책은 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질문하는 책이다.
서점 주인이 된 영주,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민준, 뜨게질 하는 정서, 정서를 바라보는 민철
민철이 엄미인 희주, 커피를 볶는 지미 그리고 직장 다니면서 글쓰는 승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회의 톱니바퀴에서 아직 사용되지 않거나 사용할 필요가 없어보이는 부품에 가깝다. 하지만, 결국 톱니바퀴 안에서 무언가를 완성하지 않고 같이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은 인물들로 남는다.
이 모든 인물들의 삶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이 책 안의 책까지 읽어가며 읽었다.
나 또한 이 인물들과 다르지 않으므로.
정답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기 위해 열심히 읽었다.
책을 읽는 것은, 거울을 보는거라고 생각한다.
거울 앞에서 웃으며 표정을 다듬고, 예쁘게 화장을 하듯
책을 읽으며 나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참, 둥글고 왜곡되지 않는 거울이어서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브런치북을 닫는다.
조금 쉬었다가 올께요.
* 사진은 '알라딘'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