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발견작가 Apr 03. 2024

버디_ 1. 버디의 발자국 소리가 장단을 맞추었다

젤리같은  끈적끈적한 공기가 회색빛 무채색과 만나 하루가 저물어 가는 초저녁이 되어서야 버디와 만났다

보호자님은 가슴에 안긴 버디를 나에게 조심스럽게 건네 주었다

두 번째 만난 버디는 12월의 분위기에 맞게 크리스마스 넥카라를 목에 두르고 있었다

이전의 만남을 기억이라도 하듯 버디는 별 다른 저항 없이 나의 가슴에 포~~옥 안겼다


집으로 들어 와서도 특별한 불안증세나 두려움없이 이방저방을 돌아 다니며 익숙한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버디가 오면 웰컴 간식으로 주려고 만든 따끈따끈한 화식을 그릇에 담아 초코와 함께 주었다


입맛에 맞겠지하는 예상은 적중했고 버디도 예상대로 얼굴 한 번 들지 않고 단 숨에 먹어 치웠다


싹싹 비워 낸 빈 그릇을 보면 얼마나 보람이 가득한지...


나의 요리에 자부심이 느껴지고 성공했다는 자기효능감에 마음이 우쭐쭐하며 입꼬리가 기분이 좋다

첫 날이여서 그런건지 지난 날 초코에게 그렇게 들이 대던 행동들이 나오질 않았다

오히려 초코가 오랜만에 만난 버디가 반가운지 아니면 낮에 미용을 하고 와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그러는건지

약간 흥분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회색 빛 초저녁은 깜깜한 어둠으로 하노이 도시를 이동시켰다

얇은 커튼을 뚫고 들어 온 야경 빛은 어두워진 벽을 밝게 비추며 나의 그림자를 선명하게 해 주는 빔이 되었다


저 멀리 희미하게 울리는 싸이랜 소리가 차분해진 방안으로 유유히 떠있었고 쉽게 잠들지 못 하며 현관문을 오고 가는 버디의 발자국 소리가 장단을 맞추었다


밤이 되고 막상 잠을 잘 시간이 되다 보니 낯 선 이곳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나 보다

그렇게 한 참을 의미 없는 행동인 줄 알면서도 몇 번을 거듭 하고서야 침대 끝자락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을 곁눈으로 조용히 보면서,

차라리 버디의 트랜드 마크인 갈메기 목소리로 이 불편한 감정을 표현 해 주길 내심 기다렸던 것 같다


버디는


마음이라는

감정이라는


되직한 흰 쌀죽처럼


깊고 넓게 휘저으며

애써 잠을 자려 노렸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볼 때면 동물들의 자기 보호본능이 인간보다 나은 우월성이 엿보이곤 한다


잠든 버디를 보고서야 나도 잠이 들었고 우린 그렇게 달콤한 통 잠의 세계로 떠났다


꿈을 꾸었는지 나는 조금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나의 허벅지 근처에서 포근하게 자고 있는 버디의 등과 배를 쓸어 주며 아침을 알리고 반가움을 표현했다


오늘은 아기 강아지가(5개월/ 푸들/ 여) 오는 날이다

우연치고는 너무도 비슷한 우연이다

저번에도 아기 강아지와 만나서 버디의 무한집착이야기는 나에게 소중한 글 소재가 되었다


오늘 만나게 될 아기강아지와의 케미가 궁금하다


모닝 마사지를 해 주고 서둘러 옷을 입고 새벽산책을 준비했다


산책을 나간다는 신호를 알아 차리며 초코와 버디가 신이 났다


새벽산책이 귀찮치도 않나 보다 ㅋㅋㅋ

어서 눈꼽세수를 서둘러야 겠다 ㅋㅋㅋ



오전에 도착한 송이는 정신이 없다

적응자체를 모르는 아기 강아지이다


송이의 냄새를 맡고 싶고 함께 놀고 싶은 마음에 버디는 역시나 적극적 표현을 했다


하지만, 송이는 아직 세상과의 경험이 없어 놀자고 접근한 버디의 신호를 잘 알지 못했다


당황스런 버디는 송이와 어찌 놀아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었다

쫓고 쫓기며 놀다가도 송이는 자주 버디에게 짖으며 앙칼진 행동을 보였다

당황한 버디는 송이가 짖을 때 마다 쇼파위로 슈~~웅 뛰어 올라와 잠시 휴전을 하며 송이의 동태파악에 나섰다


잠시 다 쉬고 나면 다시 송이의 근처로 접근했다

다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거실을 넓은 홈 그라운드로 정하며 숨을 헐떡거렸다


각자 물 그릇으로 가서 촵촵촵 촬방촬방 시원소리를 내며 물을 먹고는 열이 오른 몸을 식혔다

뭔가 계속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대상이구나 싶은 걸 눈치 챈 버디는 송이와 거리두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냥 송이가 혼자서 인형을 물고 있으면 구경했다

이가 간지러운 송이는 이것 저것 닥치는대로 물고 뜯을 것을 찾아 해맸다


그런 송이를 물끄러미 보며~~~ ㅎㅎ

아효~~ 나도 다 옛날에 그랬었지 하는 표정이다..ㅎㅎㅎ


버디도 아직 아기인데..

강아지들의 개월 수 차이의 갭이 이렇게 차이가 나나 싶었다


불과 몇 달 전 버디도 무엇이든 깨물고 싶어서 나의 머리핀 을 아작?ㅋㅋ 낸 경력이 있지 않은가ㅋㅋㅋ


그랬던 버디가... 송이 앞에 서니 의젖한 오빠가 되어 있다


글을 쓰는 나의 무릎에 철퍼덕 엎드리며 송이를 구경한다

나는 버디의 따뜻한 온기를 받으며 기분이가 좋다 ㅎㅎ

버디도 나와 이렇게 붙어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나의 얼굴과 손까락을 빨며 친밀감을 표현해 주고 있다


나의 무릎 고객 버디님 오늘도 편안한 휴식 모두 즐기시와요 ~~~~


이전 06화 송이_ 4. 볼따구 뽀뽀를 마구마구 해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