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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발견작가 Apr 05. 2024

버디_ 2. 필사적으로  물고 당기고 끌려가며

이렇게 눈치 보며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올 줄이야...

송이의 공격적 밥 먹는 스타일로 초코와 버디까지 불편한 신세가 되었다 ㅎㅎ


어찌나 저돌적이고 빠르게 흡입하는지 도대체 씹기는 한 건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점잖고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며 먹고 있는 초코 버디에게 송이는 무데뽀로 달려들었다


높은 곳을 오르지 못하는 약점을 이용해 어쩔 수 없이 초코와 버디의 식사 위치를 소파 위에 올려 줘야 했다


버디는 송이와 하루를 같이 생활하고 나니 어제 보다 더 급 친해진 모습이다


추울 때 목에 두루려고 보관했던 털목도리가 송이와 버디의 공동 장난감으로 선정됐다

어차피 털목도리를 두를 정도의 하노이 추위라 나는 의도치 않은 선심을 쓰게 되었다


이 목도리가 뭐라고 세상에 이걸 차지하려고 정말이지 필사적으로  물고 당기고 끌려가며 온 힘을 다한다


송이가 끌려간다

버디가 그래도 송이보다 쬐끔 덩치가 있다고 ㅎㅎ

송이가 질~~ 질~~ 끌려간다


그러다가도 잠시 버디가 숨을 쉬려고 물고 있던 목도리를 놓는 순간 잽싸게 송이가 낚아채 간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가려는지 버디는 물을 첨방 첨방 먹고 온다

다시 털목도리를 차지하려는 격투가 벌어진다


한 번은....

내가 부엌에서 아이들 식사를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버디와 송이는 털목도리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송이의 비명이 들렸다


깨~~개깽~~깨~~개~~깽

나는 너무 놀라서 뒤를 돌아 봤다

송이는 오빠한테 한때 맞고 일으러 오는 여동생처럼 나에게 쪼로~~록 달려왔다


나는 일단 깨깽거리는 송이를 안고 혹시 어디가 아픈가 몸을 살폈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걸 확인하고 바로 버디를 불렀다

거실 어디에도 버디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계속 버디를 불렀다


그때~~

복도 저~~ 끝~~~


안방에서 빼~~~꼼히 얼굴을 천천히 밀며 버디가 걸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어깨와 얼굴을 푸~욱 쑥이며 잘못을 인정하는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ㅎㅎ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정말이지 티 내지 않고 웃느라 고난도 연기가 필요했다 ㅎㅎㅎㅎ


버디는 순순히 나에게로 다가왔고, 나는 버디에게 괜찮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후로도 송이는 자기가 불리하다 싶으면 약간의 신음 소리를 내며 공격적으로 놀곤 했다


버디가 송이 근처로 다가가려면 송이는 운동전 기합소리로 자신의 모든 힘을 모으려는 듯 ....

앞발을 높이 올리고 두발을 꼿꼿하게 세우며 '깨~갱' 기합소리도 함께 내 질렀다


아까는 처음이어서 버디도 놀랬다면, 이젠 송이의 할리우드 공갈 액션을 파악했다며 버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 했다

쪼꼬미들 둘이서 노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숨죽이며 구경했다


강아지들의 노는 시간의 주기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았다


길어야 한 5분~~10분도 안되게 놀다가 그냥 갑자기 놀이를 중단한다


사람인 우리들은 계획된 시간 안에 놀기도 하고 더 놀고 싶으면 서로가 합의하며 논다면, 강아지들의 놀이 시간은 특별한 계획이 있거나, 정하지 않다 보니 서로 간의 어떤 싸인으로 놀이를 중단하는지 궁금했다


이 놀이가 언제 끝나나.. 나는 끝까지 버디와 송이를 구경했다


딱히,

특별한 싸인은 찾지 못했다

그냥,

숨이 차면 끝이었다

ㅎㅎㅎㅎㅎㅎ


숨이 차니~~~ 물을 먹고 ~~~~ 각자 편안한 자리로 이동 후 철퍼덕 엎드린다


요즘 들어 하노이 미세먼지가 도시를 삼키고 있다

산책을 하루 한 번으로 줄이고 대신 맛있는 간식 시간을 늘렸다


쪼꼬미 입들이 간식을 들고 있는 나의 손가락에 침을 흥건하게 무치고는 날름날름 맛있게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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