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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미 Oct 21. 2023

코미일기10 <훈련을 해요>

사실상 나의 훈련이 시작되다.




코미는 어쩌다 자신이 이 집의 리더라고 생각하게 된 걸까…

그러고보니 예전에 다다의 훈련 때도 알파독 이야기를 들었었다. 다다는 다른 강아지들과 문제없이 잘 지냈지만 분리불안 증세를 보였다. 이 쬐깐한 것들이 누굴 지키겠다고 스스로 고통을 받는 건지… 어찌 됐건 반려인으로써 미숙한 나의 잘못이 크니 열심히 훈련을 해내리라 다짐했다. 나는 훈련사에게 몇 가지 숙제를 받았는데 그중 가장 힘든 것은 ‘세 번 참기’였다. 코미에게 애정 표현을 하기 전에 적어도 세 번은 참아야 했는데, 나는 코미와 눈이 마주치면 마치 무조건반사처럼 두 팔 벌려 안으려고 했다. 옆에서 애정 표현 횟수를 카운팅 하는 남편 덕에 그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처음 훈련을 상담할 당시, 다행히 간식에 대한 충성도가 남달라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거라 했다. 그래서 간식을 적극 활용한 숙제도 내주셨는데 이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밖에서 ‘집중!’이라고 말했을 때 아이컨택을 하면 보상을 해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즉시 집으로 돌아가는 훈련이었다. 하지만 공동 현관 주변에서 얼마 벗어나지 못하고 몇 번이나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해야만 했다. 수없이 신발을 신었다 벗었다 할수록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져 왔다. 왜 진척이 없는 걸까. 언제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 나도 사람 싫어하는 성격인데, 강아지가 강아지를 싫어할 수도 있지. 그냥 이렇게 살면 안 될까! (안된다.)


“저 70% 정도만 한 것 같아요…”

나는 비난을 각오하고 훈련사에게 양심 고백을 했다. 의외로 되돌아온 건 칭찬과 격려였다. 이 정도 해낸 것도 대단하다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코미는 반드시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금세 자신감이 붙어서 신나게 훈련 계획을 세웠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분은 반려견 훈련사지만 나를 트레이닝하고 가신 것 같다.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꾸준히 해야 하는 장기전이라 생각하니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코미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짖기 전에 내 눈치를 쓰윽- 보기도 하고 아이컨택도 제법 해주었다. 나름 화를 누르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막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코미를 너무 보챈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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