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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미 Oct 20. 2023

코미일기7 <코미 관찰기>

너 같은 강아지는 처음 봐


아무래도 코미에 대해 알아야 될게 많았기 때문에 계속 관찰을 했다.

살면서 참 많은 강아지를 봐왔지만 코미처럼 이상하게 앉는 개는 처음이었다. 긴 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삐그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괴상하기도 했다. 처음엔 어디 불편한 줄 알고 병원을 갔었는데 다행히 아픈 곳은 없었다. 대충 앉아지는 대로 앉고 누워지는 대로 눕는 느낌이랄까? 아무 데서나 배를 까고 잠에 드는 걸 보면서 ‘이제 이 집이 편해졌구나’ 싶어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코미는 정말로 많이 먹는다. 처음 만났을 때 체격에 비해 마른 몸을 보고 놀랐는데, 그동안 잘 못 먹고살아서 식탐이 남다른가 보다 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먹는 거에 비해 살이 안 찐다는 것이다. 운동을 따로 하는 것도 아닌데 살이 안 찌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서 더 먹이면 건강이 나빠질 것 같아 고민하던 중에 또 다른 특징을 알아냈다. 바로 소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input과 output의 양이 거의 동일했다. 생각해 보니 락이도, 다다도 하루에 배변봉투 세 봉지를 채울 만큼은 아니었다. 나와 정반대의 체질인 코미가 그저 부러웠다.


코미가 이 집에 살면서 어느 정도 내 루틴에 적응했는지 아침이면 항상 침대로 올라와 기다린다. 일어나라고 보채지도 않고 그저 내가 스스로 깰 때까지 조용히 지켜본다. 그러다가 내가 잠에서 깨면 팔짝팔짝 좋아하면서 (거의 세안 수준의) 뽀뽀를 해준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는 타입이라 알람 소리를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코미 덕분에 항상 기분 좋게 일어나게 되었다. 이 세상에 내가 잠에서 깼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뻐하는 존재가 또 어디 있을까. 이 기특한 녀석에게 오늘 하루는 뭘 해줄지 계획하며 내 하루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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