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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미 Oct 21. 2023

코미일기9 <지킬 앤 하이드>

매콤했다가 달콤했다가...




코미와 처음 산책을 나가서 참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집에서는 정말 천사 같은 강아지가 밖에만 나가면 돌변해 버리는 것이었다. 어째서 개가 이족보행을 하는 건지, 왜 지그재그 스텝으로 뛰어다니는 건지. 혹시 산책을 안 하고 살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다른 강아지를 보면 심하게 짖기까지 했다.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산책 매너가 엉망진창인 강아지는 키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강아지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격이 참 다양하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모든 게 이상적인 강아지도 없을 것이다. 코미는 참 착하고 예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을 꼽자면 사회화가 아예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코미를 구조해 주신 분께 이야기를 전해 들어보니, 강아지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화 시기에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 것 같았다. 파양인에게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있나. 이제는 내가 코미를 책임져야 하는 걸. 사회성 없다는 점 하나 빼고 완벽한 강아지를 만난 것에 감사하며 행동교정 트레이닝을 신청했다.


“보통은 인사할 때만 안고 계시는데, 보호자님은 계속 안고 계시네요.”

처음 훈련사를 만났을 때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코미를 품에서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안 그래도 성격에 문제 있는 애를 하루 종일 끼고 사니,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코미는 ‘알파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세를 보인다고 했다. 본인이 알파독이기 때문에 무리를 지키기 위해 외부 요소를 경계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격성도 심해지고 코미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기 때문에 반드시 훈련을 해야만 했다. 아무래도 사회화 시기를 놓친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음 만남 때까지 매일 숙제를 하기로 약속하며 첫 훈련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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