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고미 Oct 20. 2023

코미일기8 <장기자랑>

이렇게나 다재다능한 강아지랍니다.




코미를 구조해 주신 분의 SNS에 이런 글이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공또’라는 단어는 확실히 기억한다. 그때는 공또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그냥 반려인들 사이에서의 신조어인가 보다 하고 넘겼다. 얼마 안 가 그것이 ‘공 X라이’의 줄임말이란 걸 알게 됐을 땐 참 잘 지은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코미는 공 하나만 던져줘도 자기 혼자 11명의 축구팀 역할을 해낸다. 앞발로 요리조리 공을 굴려가며 물고 뛰고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만약에 강아지 축구팀이 생긴다면 입단 신청을 해보리라 다짐했다. 실컷 놀다가 공이 망가지면 슬금슬금 다가와서 새 공을 달라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그 표정을 보면 새 장난감을 안 사줄 수가 없다.


그리고 코미는 눈물 연기를 참 잘한다. 먹고 싶은 음식이 눈앞에 있으면 눈가가 펑 젖도록 울면서 쳐다본다. 이런 거에 자꾸 넘어가면 애 버릇이 나빠질 걸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난 아기 강아지의 눈물에 약한 타입이라… 한 입 얻어먹고 목적을 달성한 코미는 언제 울었냐는 듯 휙 돌아서서 다시 제 할 일을 하러 간다. 아, 이 녀석… 나를 참 잘 다루는구나!


마지막으로, 장기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그래도 코미가 잘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뽀뽀다. 아주 집요하게 입만 노려서 뽀뽀를 한다. 코미가 뽀뽀를 처음 해줬을 때 이 말도 안 통하는 생명체에게 내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기쁘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강아지가 입을 핥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코미의 경우는 분명 애정 표현이다. 내가 확신하는 이유가 있다. 아주 공평하게 뽀뽀를 해주기 때문이다. “언니에게 100번 뽀뽀했으니 오빠도 100번 해줄게!” 이런 스탠스로 말이다. 코미의 과한 애정표현이 부담스럽지만 뽀뽀를 거절했다간 혹여나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봐 오늘도 난 입에 힘을 꽉 준다. (안 그러면 혀가 들어와 버린다!)

이전 07화 코미일기7 <코미 관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