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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미 Oct 19. 2023

코미일기6 <미션 클리어>

이제 진짜 ‘최코미’




견생 1년차라면 사회화도 충분히 이뤄졌어야 하고 중성화 수술이나 반려동물 등록도 돼있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코미는 그 무엇도 되어있지 않았다. 모든 걸 처음부터 나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좋았다.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수술 날짜를 잡았을 때에는 긴장을 참 많이 했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어쨌든 개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머릿속에 온갖 절망적인 경우의 수들이 떠올랐다.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만 생각해 내는 내 머리가 원망스러웠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코미는 입원 중에 병원 밥도 아주 잘 먹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큰 고비를 하나 넘긴 것 같아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하루 동안 입원을 한 코미의 얼굴은 반쪽이 되었다. 넥카라에 눌려서 그런 것일 테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웠는지. ‘날 아프게 하다니! 날 무서운 병원에 하룻밤 보내버리다니!’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미안한 마음에 특식으로 달래 보려 했지만 어쩐지 코미는 살짝 기분이 상한 듯했다. 게다가 실밥을 풀 때까지 산책을 갈 수 없다니… 온종일 베란다 앞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코미를 보며, 내가 일부러 괴롭히는 거라 오해하지 않기만을 바랬다.


얼마 뒤, 중성화 수술 전에 신청했던 동물등록증을 수령했다. 플라스틱 카드에는 코미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누군가 코미를 데려가 자기 강아지라고 우겨도 당당히 내밀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생겨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 모든 숙제를 마치고 나니 코미의 ‘진짜’ 반려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새 집에 오자마자 입원까지 하게 된 코미의 생각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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