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2-23일 광주챔피언스필드. VS NC다이노스
사실 지금쯤이면 잘못된 일들이 어느정도는 일단락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맞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이 어지럽고 지치는 상황이 지속되는 와중에 야구가 시작되게 되었다. 제발 다음 주에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를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아직 지난 경기라고 할 게 없다보니 일단 KIA타이거즈의 시범경기 이야기를 해보자. KIA타이거즈는 2025시즌 시범경기를 4승 2무 2패로 마무리지었다. 주전 선수들은 대부분 컨디션 확인 차원에서만 출전했으며, 매경기 4~5회 무렵이면 백업 경쟁을 하는 선수들이 나와서 경기를 펼쳤기에 실상 순위나 승패에 크게 의미를 두긴 어렵다.
내야 백업 중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홍 모 선수가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고, 외야 백업 중에서는 올 시즌 신인인 박재현 선수가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야구 해설자들이나 기자, 유튜버들이 KIA타이거즈를 두고 한 목소리로 1강을 넘어 1황이라고 하는 시즌이지만 이대로라면 1번타자는 시즌 내내 아쉬운 부분이 될 수 있다. 물론 최원준이 내가 기대하는대로 1번 자리에서 3할 2~3푼 정도의 에버리지와 0.850이상의 OPS를 보여준다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겠지만, 최원준은 군입대 직전 모습을 제대 이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스스로 1번타자 자리에 대한 부담감을 표시한적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재현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건 팬으로서 꽤나 기분 좋은 일이다. 만약 박재현이 이우성을 넘어 좌익수 주전을 차지하고 1번까지 꿰차게 된다면 2025시즌 최고 히트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범호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에서는 최고 컨디션까지 올라오지 못하도록 조정한다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어차피 KIA타이거즈의 주전 선수들은 따로 검증이 필요한 선수들은 아니다. 그러나 단 한 선수에 대한 불안감은 팬이라면 약간은 느끼고 있을 것이다. 바로 신입 외국인 타자인 패트릭 위즈덤이다.
사실 패트릭 위즈덤이 중도퇴출되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적어도 전임 외국인 타자였던 소크라테스 브리토만큼의 성적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정도 성적으로는 팬들이 만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KIA타이거즈 야수진이 국내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고 해도 외국인타자는 그 팀의 '치트키'역할을 해줘야만 한다. 위즈덤의 적응이 느리다면 팬들은 '이럴 바에는 변우혁이나 키워라.'라고 소리를 지를지도 모른다.
슈퍼스타는 피곤함이 일종의 숙명이다. 지난 시즌 내내 김도영의 '수비 위치'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더니 이제는 김도영의 '타순'을 가지고 시끄럽다. 사실 이런 투닥거림이 야구의 재미이기도 하지만, 투닥거림이 재미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감정선을 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김도영만을 고려한다면 1, 2번 보다는 3번을 치는 쪽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2024시즌 3번 타순에서 워낙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고, 타석 수에서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1회 상대 선발투수가 앞선 두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들어가는 편이 아직까지 저연차인 김도영에게 더 유리하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 전체로 보면 김도영을 2번으로 전진배치 시켜서 빠른 발과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오게 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김도영 2번'에는 전제가 따라붙는다. 김도영을 감싸는 타자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좌우타자 밸런스를 생각하면 역시 1번은 최원준이어야 한다. 그리고 3번 나성범, 4번 위즈덤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 세 선수의 2025시즌 퍼포먼스가 과연 김도영에게 우산이 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야수 예상라인업은 NC다이노스와의 개막전을 상정하고 작성했다. 상대의 개막전 선발인 로건이 좌완투수이기에 우타자 위주의 라인업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김선빈을 2번으로 전진배치시켰다.
일단 NC다이노스는 모두 신규 외국인 투수들이다. 워낙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아오는 NC다이노스라서 어떤 활약을 펼쳐줄지 기대가 되고, 동시에 2024시즌 최고의 화력을 뽐냈던 KIA타이거즈의 타선이 낯선 투수에게 얼마나 빠르게 대응을 해낼지도 관심이 간다.
KIA타이거즈의 1선발로 낙점받은 네일은 시범경기에서 생각보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2024시즌에도 계속 지적되었던 스태미너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2025시즌에도 네일이 70구 언저리에서 갑자기 구위가 하락하는 모습을 노출한다고 하면 네일의 가치는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네일이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을 외치며 가볍게 6-7이닝을 삭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KIA타이거즈는 2연패를 향한 첫발을 매우 순조롭게 뗄 수 있을 것이다.
시즌 초반 선발투수가 바로 100구 가까이 던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직까지는 투구수를 끌어올리는 과정으로 보아 보통 80구 선에서 끊어주는 게 일반적이다. 타자들의 컨디션도 아직까지는 정상궤도에 올라오기 전이고, 기온도 높지 않아 플레이에도 제약이 많다. 결국 시즌 극초반 팀 성적을 좌우하는 건 불펜투수들의 컨디션일 가능성이 높다.
KIA타이거즈와 NC다이노스 두 팀 다 타선이 강한 편이지만 투수력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나마 NC다이노스의 외국인 선발투수들은 아직까지 뚜껑을 열어보기 전이라 기대감이라도 품을 수 있는 반면, 불펜투수진에 와서는 온통 불안한 의미의 물음표 투성이다. 이용찬이 내려온 마무리 자리는 류진욱이 맡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얼마나 압박감을 떨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류진욱이 빠져나갔다는 건 다시 중간투수들이 헐거워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NC다이노스가 KIA타이거즈를 이기기 위해서는 타격전 양상으로 끌고가야 한다. NC다이노스의 교타자 라인들이 얼마나 좋은 컨디션으로 개막 연전에 나서게 될지, KIA타이거즈의 투수진이 이를 얼마나 극복해낼지가 개막시리즈의 관건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NC다이노스 타자들이 경기를 복잡하게 만들지 못하고 무난한 흐름으로 진행되다보면 결국 경기 후반 헐거운 NC다이노스의 불펜진이 강력한 KIA타이거즈 타선에 뚫리며 두 경기 모두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
일단 김도영이다. KIA타이거즈는 이제 무조건 김도영이 잘해야 하는 팀이라고 프리뷰에서도 밝힌 바 있다. 김도영이 얼마나 빠르게 정상궤도까지 치고 올라가는가가 2025 시즌 팀 전체에 있어서나 김도영 개인에게 있어서도 중요할 것이다. 김도영이 시범경기 막판에 보여준 것처럼 계속 장타를 치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준다면 KIA타이거즈는 팀 슬로건처럼 2025시즌을 압도하면서 아주 편안하게 정상을 향해 달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야구가 시작된다. 지난 '헤비의 프레이밍'에서도 몇번이고 말했듯이 야구가 즐겁기 위해서는 일단 봄이 찾아와야 한다. 날짜는 이제 3월 말로 들어서는데 여전히 손발이 시리고, 심지어 마음도 시린 시절이다. 어서 봄이 찾아와 마음놓고 야구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세상이 정말 거꾸로 돌아가버린다면 어떻게 야구를 즐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