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뉴델리의 혼돈 속 질서, 빠하르간지

by 론리포토아이
230111Paharganj_R0000799.jpg

뉴델리역에 내리면 거대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마치 인도의 엄청난 인구를 대변하는 듯, 전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이 역은 기차, 메트로, 공항철도 노선이 한데 모여 있어 처음 온 여행자들에게는 혼란 그 자체다. 역에서 빠져나오는 데만도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거대한 뉴델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빠하르간지(Paharganj)가 있다. 이곳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주로 모이는 여행자 거리로, 숙소와 식당이 밀집한 시장 골목이다. 복잡함, 소음, 그리고 지저분함까지, 인도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해주는 곳이다. 초행자에게는 크고 작은 사기를 당하기 쉬워 악몽 같은 첫 경험을 안겨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이곳이 '혼돈 속의 질서'라고 이야기하지만, 나에게는 인도다운 기운을 느낄 수 있어 매우 친숙한 거리이다.

빠하르간지 바자르는 전형적인 인도의 골목 시장이다. 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던 쉼터와 인도 방랑기같은 식당이 있어 한국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비록 한국 음식의 맛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저렴한 가격에 한국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 나 역시 여러 차례 이용했다. 쉼터 한쪽 벽에는 방문했던 여행자들의 증명사진 수백 장이 빼곡히 붙어 있었고, 작은 액자에는 "열심히 사는 것이 뭐 중요한가"라는 손글씨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 공간들은 모두 사라졌다.

지금은 ATM 기계가 있는 작은 골목 초입에 인도인 나빈 가게가 한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유심 카드, 숙소 예약, 기차표나 버스표 등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한국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어 여행자들이 많이 이곳을 찾는다. 이러한 것은 인도를 여행하는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 여행자들의 첫 관문이자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근처에 있는 에베레스트 키친이나 이그조틱 등등, 티베트 식당을 즐겨 찾는다. 티베트 식당의 텐뚝이나 뚝바는 한국적인 맛이 느낄 수 있어, 나는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미리 먹어두는 것이 좋다라고 생각한다.

뉴델리 속 나만의 쉼표, 코넛 플레이스의 스타벅스

빠하르간지는 교통이 편리하다. 가까운 곳에 뉴델리역이 있고, 반대 방향에는 RK 아쉬람(Ramakrishna Ashram Marg) 메트로역이 있어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복잡한 뉴델리역 대신 나는 주로 RK 아쉬람역을 이용해 델리를 돌아다녔다.

2023년 1월, 나는 일주일간 뉴델리에 머물며 매일 숙소에서 RK 아쉬람역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라지브 쵸크역에 내려 코넛 플레이스(Connaught Place)로 향했다. 코넛 플레이스는 독특한 원형 구조를 가진 상업 및 금융 지구로,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 영화관이 밀집해 있다. 처음에는 방향 감각을 잃기 쉬웠지만, 원형 구조 덕분에 어느 방향으로 가든 목적지인 A 블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넛 플레이스 A 블록에 있는 스타벅스는 나에게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고, 여유를 갖고 휴식을 취하는 나만의 작업 공간이다. 스타벅스 종업원은 음료를 주문한 컵에 한국어로 "임씨 잘 지내네요" 또는 "임씨! 만나서 반가워요"라고 컵에 써주곤 했다. 이 소박한 소통은 나의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현대적인 분위기와 아늑한 인테리어를 갖춘 코넛 플레이스의 스타벅스, 역사적인 건축물과 현대적인 시설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나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뉴델리의 일상 속에 녹아들었다.

230113_paharganj_000628].jpg
480209101_3822077768044286_4959664666049109271_n.jpg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