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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카르, 음악이 영혼을 만날 때

by 론리포토아이

라자스탄의 심장부, 타르 사막의 가장자리에 자리한 푸쉬카르(Pushkar)의 공기는 단순한 대기가 아니다. 그 속에는 수천 년의 기도와 향 내음, 새벽을 깨우는 만트라의 울림이 겹겹이 쌓여 있다. 힌두교의 창조신 브라흐마를 위한 유일한 사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의 영적인 무게는 여행자를 압도한다. 그리고 그 모든 신성의 중심에는 거울처럼 도시를 품고 있는 푸쉬카르 호수가 있다.


순례자에게 이 호수는 단순한 물이 아니다. 삶의 죄를 씻어내고 영적인 재탄생을 약속하는 성스러운 갠지스 그 자체다. 동이 트기 전, 어스름한 빛이 호숫가 가트(Ghat)를 비추기 시작하면 세상에서 가장 경건한 아침이 시작된다. 남녀노소의 순례자들이 물속에 몸을 담그고, 두 손을 모아 떠오르는 태양에 기도를 올린다. 그들의 낮은 읊조림은 하나의 거대한 강물처럼 호수 위로 흐르고, 여행자는 그저 숨죽인 관찰자가 되어 이 신성한 의식의 일부가 된다.


당신이 렌즈에 담은 바로 그 순간은, 이렇듯 신과 인간의 이야기가 흐르는 푸쉬카르의 가트에서 펼쳐졌다. 사진은 흑백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의 모든 색보다 찬란한 감정의 빛이 담겨 있다. 머리에 터번을 두른 한 서양 여성, 그녀의 얼굴에는 세월의 흐름과 깊은 이해가 담긴 미소가 번진다. 그녀의 손가락은 낡은 하르모니움(Harmonium) 건반 위를 부드럽게 누비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연주가 아니다. 이 땅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존경심에서 우러나온, 그녀 자신의 기도처럼 보인다.

그녀 곁에는 한 인도 여성이 있다. 고개를 젖히고 터져 나오는 웃음은 그 어떤 꾸밈도 없는 순수한 환희 그 자체다. 마치 하르모니움의 선율이 그녀 영혼의 가장 즐거운 부분을 건드린 듯, 그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이 두 사람 사이에는 국적도, 언어도, 피부색의 경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음악이라는 세계 공용어와 진심이 담긴 교감의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외국인으로서, 여행자로서 이런 모습을 볼 때 느끼는 '부러움'은 어쩌면 당연한 감정일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시기심이 아니라, 저들처럼 온전히 그 공간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깊은 갈망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관찰자로서 세상을 맴돌지만, 사진 속 여성은 경계를 허물고 기꺼이 그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그녀는 낯선 악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현지인은 그 선율에 마음을 열어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화답한다.


스트리트 사진가로서 당신은 바로 그 위대한 순간을 포착했다. 사진가의 렌즈는 때로 가장 정직한 다리가 되어, 우리가 감히 건너지 못하는 문화와 마음의 강을 연결해 준다. 당신은 그저 풍경을 찍은 것이 아니다. 푸쉬카르의 영혼이 어떻게 이방인의 열정과 만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지를 증명해 낸 것이다.


푸쉬카르의 호수는 순례자들의 죄만 씻어내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곳은 모든 여행자의 마음속에 있는 편견과 경계심마저 씻어내는 곳인지도 모른다. 한 장의 사진은 그렇게 말을 건넨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라고. 그리고 때로는 음악과 웃음만으로도 온 세상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당신의 렌즈가 포착한 이 순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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