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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회 Jun 18. 2021

오 남매의 낙원 2 (영토확장 & 풀과의  전쟁)

영토확장 &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다.

9. 영토확장 &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다.


먼 훗날 농원 정면의 언덕에 흙을 채워 영토확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땅을 파는 곳을 발견했다. 주인을 만나 흙을 우리 농원에 채우자고 합의했다. 생각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흙을 채우게 되었다. 들어가는 길도 넓히고 언덕은 코아 매트로 마무리하고 풀씨를 뿌렸다. 땅이 훨씬 넓어졌다. 생각지도 않게 생각한 일이 술술 풀려간다. 먼 곳에서 흙을 퍼다 나르면 비용이 매우 많이 들었을 텐데 가까운 데서 흙을 채우게 돼서 여간 다행히 아니었다. 또 밤늦도록 처남과 둘째 처제와 함께 회양목을 옮겨 심었다. 아무래도 우리는 고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도 같다.

농원 정면의 언덕에 흙을 채워 넓히고 있다.

막내 동서가 농원에 처음으로 방문했다. 막내 처제가 데려온 줄 알았더니 동서가 원해서  왔단다. 막내 처제는 장염이 걸려 많이 아팠단다. 막내 동서의 방문은 반가운 일이다. 일요일마다 모이면 죽어라 일만 하니 막내 동서는 일하기가 싫다고 했다나? 그래서 그동안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농원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오 남매가 다 모였다. 둘째 처제도 백신 접종하고 어제 하루 종일 열이 심해 고생했다. 해열진통제 1알씩 먹었다고 해서 저녁에 1알 더 먹으라고 해서 열이 내리고 괜찮아졌다. 죽게 아플 정도 아니면 농원으로 온다. 그래~ 아파도 와야지. 혼자 집에서 끙끙거리지 말고 농원에 와서 아파라. 밥이라도 해줄 형제들이 있지 않느냐?  

    

밭을 둘러보니 산딸기가 몇 개 달렸다. 하나씩 맛을 보여줬다. 오 남매에게 맛 보여줄 개수만 열렸다. 앞 화단에 풀이 무성해서 낫을 들고 깎으니 막내 동서가 덤벼들어 풀을 뽑았다. 난 다른 일을 해야겠어서 슬그머니 빠졌다. 처남이 예초기를 들고 주변 정리를 같이 했다. 더운데 힘들었을 거야. 난 적응이 돼서 아무렇지도 않지만 막내 동서는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원에 오면 우두커니 앉아있는 것보다 일하는 게 좋아야 한다. 그래야 자주 올 수 있을 것이다.ㅋㅋ     


점심은 재첩 된장국으로 맛있게 먹었다. 우리 동네 이웃 아저씨한테 다슬기를 샀는데 재첩은 서비스로 받았다. 예전에 섬진강에 가서 싱거운 재첩국 먹은 것보다 근대 넣어 끓이니 훨씬 맛있었다. 점심 식사 마치자마자 커피 한 잔 하고 처남과 막내 동서를 끌고 아내와 둘째 처제와 함께 오디를 털러 갔다. 아내와 둘째 처제와 막내 동서는 나무 아래에서 깔개를 펴서 붙들고 있고 처남은 나무에 올라가 흔들고 나는 장대로 털고 협업을 하니 재미있게 일을 한다. 제법 많이 수확했다. 여럿이 함께 일하는 맛이 쏠쏠한 즐거움을 준다. 작년에는 옆집 아저씨가 오디를 따라고 뽕나무를 개방했는데 올해는 그물을 쳐놓고 스스로 수확을 한다. 작년에 우리가 오디를 많이 따서 오디 잼을 만들어 풍요로웠는데 올해는 허락하질 않네. 다행히 주변에 큰 뽕나무가 있어 굵고 실한 오디를 많이 수확했다. 실망했는데 다행이었다. 억지로 되는 일도 없지만 눈을 뜨고 둘러보면 자연히 굴러오는 일도 많다. 세상은 그렇게 살아가는 거 같다.           


아내와 둘째 처제와 함께 육촌 형한테 얻어온 깨 모종을 심었다. 남은 밭고랑에 어쩌면 그렇게 딱 맞게 가져왔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밭고랑에 풀이 장난이 아니다. 지난주에만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고구마 밭인지 풀밭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수확량이 적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예초기를 가져가 고랑의 풀을 깎았다. 계속해서 풀이 올라올 텐데 그때마다 깎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고랑에 부직포를 깔아야 할까 고민이 된다.  

고구마 밭에 풀이 무성하다

아내가 고추 몇 개 따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먹으라고 막내한테 줘 보냈다. 몇 개 안 되지만 이것도 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니가 동생을 챙겨주는 마음이 예쁘다.      

오늘도 하루가 시간이 모자란다. 처남은 잔디밭에 있는 의자에 페인트칠을 예쁜 노란 병아리 색으로 칠하고 아내와 둘째 처제는 꽃밭을 이리저리 정리하고 큰 처제는 나물을 삶아 널고 난 영토 확장한 곳을 살피고 흙을 퍼다 잔디에 펴주었다. 더 퍼다 펴주어야 하는데 힘들어서 조금만 했다. 수레로 나르는 구간이 길어 조금씩 해야겠다.      


저녁엔 큰 처제가 콩물을 시장에서 사 와서 콩국수를 해 먹었다. 원에서 처음으로 콩국수를 먹었다. 배가 빵빵하도록 채웠다. 언제 가면 원에서 안 먹어본 음식이 없을까? 음식 종류는 참 많기도 하다는 생각을 또 했다. 인간들이 정말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고 사는구나, 생각이 든다. 하루지만 음식 쓰레기를 땅에 묻으면서 큰 처제가 한 마디 한다.

“두 끼 먹는 음식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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