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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불씨 Jan 15. 2024

걱정마!! 내가 다 할게

니가 다 한다며?????


어느 날 갑자기 어릴 적부터 친했던 친구가 불러서 갔어요.

친구네 가게로 갔는데 고양이 2마리를 주며 키우라는 거예요.

호랑이같이 생긴 노랑 얼룩 새끼 고양이와 어둠처럼 새까만 검은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전 애완동물도 좋아하고 고양이는 처음 키워보지만 너무 귀여워서 받아 상의 배속에 넣어서

집으로 신나게 데려갔지요.

'와이프도 엄청 좋아하겠지. 이렇게 귀여운데!'


고양이를 본 와이프는 기겁을 했어요.

일단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전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이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지?'

그리고 다시 돌려주고 오라고 해서 이미 받은 아이들을 어떻게 돌려주냐고

화도 내보고 때도 쓰고 하면서 제가 잘 돌보겠다고 하고 정말 억지로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보통 강아지는 여러 번 키워봐서 당연히 부르면 오고 옆에서 애교도 피우고 좋아할 줄 알았던

이 두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 숨어서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특히 까만 아이는 겨우겨우 찾아서 가까이 가니 '하악'거리며 하악질을 하고 데려 나오려고

손을 뻗으면 발톱을 세워 할퀴기 시작하니 손과 팔에 점점 상처가 늘어가기 시작했어요.


너무 할퀴니 화가 나서 때려야 되는 건지 고민도 심각하게 했었습니다.

하지만 녀석들도 배가 고파지니 숨어 있던 곳에서 기어 나오긴 하더군요.

그때마다 먹이를 주며 조금씩 교감도 하고 그러다 또 까만 놈은 할퀴고 도망가 버리고

그나마 노란 아이는 조금씩 저희에게 다가오고 애교도 피워서 목욕을 시켜주니

다시는 가까이 오지 않았습니다.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걸 그때 알았어요.

'미안하다 난 몰랐지'

까만 녀석은 생긴 값을 하는 건지 옆에 오는 데만 3개월은 더 걸린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까만 아이는 약간 자폐 같은 게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이상한 행동도 하고 물을 안 마셔서 수술도 몇 번이나 하게 되고

하늘로 갈 때까지도 저랑 와이프 그리고 신기하게 나중에 태어나게 될 아이한테만

가까이 가고 그 어떠한 사람에게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이렇게 아이의 공간에는 항상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공간을 넘어오지 않았어요.


한번은 이제 좀 친해졌다 생각해서 운동하다 맨살로 가슴에 않고 있는데 이놈이

밖에서 조금 큰소리가 나니 대뜸 제 가슴을 목 아래서부터 배까지 일자로 쭉 할퀴어 놓고

도망가 버렸어요. 그때는 상처도 너무 심하고 피가 흐르니 너무 화가 나서 순간 때리려 했는데

그 작은 놈을 보니 그럴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도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그 물렁 물렁한 스티로폼 같은 걸로 쫓아가며 때리는 시늉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게 너무 무서웠는지 도망가며 침대에 이불에 책상에 가는 곳마다

오줌을 지리며 도망을 가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효과가 있었던 건지 그 뒤로는 다시 절 할퀴지 않았어요.

정말 매가 약인 건지 때리지도 않고 시늉만 하며 쫓아갔는데 

정말 가장 힘들었던 할퀴며 공격하던 습관이 단 번에 사라져버렸어요.

그리고 전 오만 곳에 오줌을 지려놓은 녀석 때문에 무슨 일인가 나와본 와이프에게

제가 매를 맞을뻔했네요.


그렇게 좀 친해지니 저희가 잠들려 하면 침대 머리 위 창문 블라인드 안에 숨어서

근처에 맴돌기 시작하고 노란녀석은 가끔와서 품안에 안기기 시작하니 정이라는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들어갔는데 와이프가 울고 있는 거예요.

놀라서 왜 우냐고 물어보니 저희 신혼살림이라고 처제가 사준 티비에

까만 고양이가 매달려서 흔들고 놀다가 새 티비가 일주일 만에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고치려고 물어보니 그냥 새로 사는 게 낫다고 하더라군요.


엉엉 울면서 "내가 고양이 키우는 거 싫다고 했잖아" 하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눈치도 보이기도 해서 그냥 조용히 있었습니다.

괜히 뭐라 말했다간 욕만 더 먹고 고양이랑 같이 살집을 알아봐야 할까 봐 말이에요.


그래도 자기 식구라고 모래도 잘 갈아주고 밥도 잘 챙겨주고

애들 물 안 먹는다고 여러 가지로 물 먹이는 방법도 찾아 해보고

캣잎이라는 것도 길러서 먹여보고 와이프가 참 노력을 많이 했어요.

싫다고 하는 와이프에게 "내가 다 할게!"라고 자신 있게 말을 했지만

둘이 하늘로 보내고 이 글을 쓰며 돌아보니 이 두 녀석은 와이프가 거의 혼자 다 길렀네요.

전 가끔 놀아주고 옆에 오면 이쁘다고 쓰다듬어 준게 다인 거 같아요.


지금도 사진을 보면 와이프는 눈물을 흘려요.

그래서 "고양이 다시 기를까?" 하고 말했다가 와이프를 악마로 만들 뻔했지 뭐예요.


울 때마다 아뵤오오오오~ 하고 우는 노란 고양이는 '소룡이', 어두운 밤처럼 새까만 고양이는 '까망이'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새로 시작한 두 사람의 가정에 우당탕탕 집사 밖에 모르는

두 아이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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