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 불씨 Dec 27. 2023

손잡기 좋아하는 남편,
손잡아 달라고 하는 아내

둘이 있을때만 잘 하면 안되나?


저는 손깍지를 끼고 손을 잡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차 안에서도 둘이 어디를 가든 항상 와이프의 손을

꼭 잡고 다녔어요. 뭔가 깍지를 끼고 손을 잡으면 놓치지 않을 것 같고,

와이프도 그렇게 손을 잡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처음에는 와이프가 물어 봤어요. "왜 손을 깍지를 끼고 잡아?"라고요.

그때 저도 알았어요. 제가 그렇게 손을 잡는다는 것을요.


당연히 제 성격에 '내가 왜 깍지를 끼고 손을 잡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나름 생각해 보니 위에 써 놓은 것이 제가 생각한 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답이라는 게 웃기긴 하지만 이유를 모르면 답답해서 살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이런 부분에 대한 에피소드도 뒤에 다뤄보게 될 것 같아요.


겨울에는 추우니 당연히 손을 잡는 것을 더 좋아하고, 여름에도 항상 손을 잡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와이프가 저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왜 둘이 있을 때만 손을 잡고, 지인들이 있으면 손을 안 잡아줘?"


주변 사람들이 와이프에게 그랬나 봐요.

저런 남자 왜 만나냐고. 무뚝뚝하고 다정하지 않다고.

아무래도 제가 편하고 친한 사람들이 아니면 거의 말을 안 해서 더 그렇게 보였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와이프와 둘이 있을 때와 집에서 가족끼리 있을 때의 제 캐릭터와

밖에서 나왔을 때의 제 캐릭터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손을 잡는 것까지 그런 줄을 몰랐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대화 끝에 와이프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먼저 잡으면 안 될까?" 실제로 우리가

가족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과 습관이 달라 내가 부족한 것은 와이프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와이프도 우연히 제 지인들과 마주쳐 제가 부르니 갑자기 뒤돌아서 도망가고

제가 길에서 어깨동무라도 하면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런 와이프가 지인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쓰윽~ 팔짱도 끼고 손도 먼저 잡기 시작했어요.


한 달 전, 와이프와 같이 지인들이 있는 자리를 갔을 때 둘이 손을 잡고 다녔더니, 한 분이 말했어요.

"아직도 신혼이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손을 붙잡고 다녀."라고요.


이제는 저도 지인들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손 잘 잡는 남편이 되었습니다.

이전 03화 결혼식은 안정되면 하는 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