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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한솔 Jan 19. 2021

한양도성 '백악 구간'

한양도성 전 구간 기획 순성 제1편

[한양도성 순성 - 제1편 ]

‘백악 구간' (창의문~숙정문~혜화문)


- 한 편의 영화와 같았던 '백악 구간' -



한양도성 전 구간 순성 프로젝트 - 코로나19 극복 및 치유와 힐링을 위해!


 2021년 한양도성기자단으로서 한양도성 순성을 통한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기 위해,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 한양도성 순성길을 걸으면서 ‘코로나 블루’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양도성 전 구간 순성을 기획하였으며 그 생생한 후기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 한다.


 특히 한양도성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도록 기사를 구성하려 했으며, 집에서만 하루를 보내는 분들께는 이 글이 랜선 여행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순성이란 도성을 도는 것을 하며, 조선시대 과거 급제를 바라는 선비나 한양 사람들은 한양도성 성곽을 돌며 소원을 빌고 경관을 즐기는 '순성놀이'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사적 제10호인 한양도성은 그 둘레가 18.6km여서 하루에 다 돌기보다는 6개의 구간(백악·낙산·흥인지문·남산·숭례문·인왕산)으로 나누어 순성 하기를 권장해드리고 싶다.


 한양도성 6구간 중 가장 험난하지만 산세가 가장 아름답다는 백악 구간을, 첫 번째 순성 구간으로 선택해 다녀왔다.



백악 구간은?


 창의문에서 출발해 숙정문을 거쳐 혜화문에 이르는 총길이 4.7km의 구간(약 3시간 소요)으로 6개 구간 중 가장 오르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는 구간이다.

 또한 다른 구간과는 달리 그 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다. 울은 9시, 봄~가을은 7시부터 개방하며 입산 및 개방 마감 시간이 계절마다 상이하니 순성 전 꼭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양도성 앱 설치

 그리고 순성 전 미리 스마트폰 구글 스토어에서 “한양도성 앱”을 설치하기를 추천한다.


 앱에서는 한양도성과 구간별 지도 및 주요 지점에 대한 설명글을 확인할 수 있고,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도 청취할 수가 있다. 특히 해당 지점에 도착했을 때 설명 알림이 떠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을 준다.


백악 구간 가는 길

 준비를 마친 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지선버스 7212번·1020번·7022번 중 하나를 타고 자하문 고개- 윤동주 시인의 언덕 정류장에서 내려 도보로 조금만 걸으면 창의문에 이를 수 있다.

 필자는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소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지하철보다는 사람들이 덜 몰리는 버스만을 이용하여 한 번의 환승을 거쳐 창의문을 찾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뒤, 바로 옆 우측 계단 통행로로 올라가면 금세 창의문이 나온다.






창의문


 한양도성의 성문으로는 사대문과 사소문이 있는데, 창의문은 사소문 중 하나이다.
- 사대문 : 숭례문, 흥인지문, 돈의문(훼철), 숙정문
- 사소문 : 혜화문, 소의문(훼철), 광희문, 창의문

* 훼철 - 헐어서 치워버림


 멸실되거나 훼손되어 근대에 복원 과정을 거친 다른 사소문과는 달리 유일하게 조선시대 문루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 문루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던 것을 영조 17년(1741)에 다시 세운 것이라고 한다.

 창의문 관람을 마친 뒤 백악 구간 시작 지점으로 이동하려면 창의문을 통과하지 말고 그 앞 우측에 있는 북악산 탐방로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

 그럼 바로 창의문 안내소가 보일 것이다.

 구간 내에도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안내소로 들어가기를 권해드린다.


창의문 안내소

 백악 구간은 군사 시설이 있는 곳이다 보니, 출입증을 받아 게이트 문을 통과할 수 있다.

 백악 구간을 크게 1부와 2부 구간으로 나눈다면  바로 출입증을 착용하는 구간을 1부, 그 이후 구간을 2부로 볼 수 있겠다.

 백악 구간이라 함은 주로 1부 구간을 지칭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출입증을 찍고 문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순성이 시작된다. 순성길 도입부는 물론이거니와 구간 곳곳에 군사시설이 포함될 수 있어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문구의 안내문이 있었다.



 따라서 기자도 사진을 시설과 명백히 관련 없는 지점 혹은 허용된 지점에서만 최소화해서 찍었을 뿐 되도록 찍지 않았음을 미리 알려 드리며, 독자분들께서도 백악 구간 순성 시 이 점 지켜주시길 당부드린다.

 또한 이 날 기온이 영하 10도에 육박하여 사진을 예쁘게 찍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먼저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백악 구간 도입부 - 가파른 계단의 향연

 순성 시작 후 이내 후회가 막심했다. 가뜩이나 영하 10도에 가까운 기온에 마스크도 착용한 상태인데, 길은 가파른 계단이 끝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는 매우 어리석게도 구간 내 주요 지점을 어서 만나고 싶어 초반에 살포시 뛰어 올라갔다가 크게 낭패를 봤다. 계단이 끝날 줄 모르게 계속 나타났고 점점 더 경사는 가팔라져서 숨이 차 순성을 수시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돌고래 쉼터

 그렇게 쉬다 가다를 반복하다가 스마트폰 앱에서 ‘돌고래 쉼터’ 알림이 떴는데, 그 시점에 쉼터가 바로 보였다.


역시 쉼터가 있는 이유는 분명했다. 이 시점에서 쉬면서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순성 전 지도로 쉼터의 위치를 봤을 때에는 왜 이렇게 쉼터가 금방 나오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었다. 그런데 가파른 계단의 향연을 겪고 보니 충분히 그 위치 선정이 이해가 되었고 너무 적절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쉼터에서 심호흡을 충분히 하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나니 힘이 나서 순성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돌고래를 닮은 바위가 있다고 하여 돌고래 쉼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아쉽게도 체력 회복에 집중한 나머지 이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시 이어진 가파른 계단길

 아무튼 다시 순성에 올랐는데, 가파른 계단은 여전했다.

순성을 하려는 분들께 처음 약 40~50분 구간만 잘 극복하면 그 후로는 매우 수월하다는 사실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즉 그 부분이 난이도가 최상일뿐, 그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간은 난이도가 중~하의 난이도이다.

 그러니 조바심 내지 말고 초반부에는 매우 천천히 수시로 쉬어가면서, 또 아름다운 산세를 보며 즐기면서 올라가셨으면 좋겠다.


백악 쉼터

 한참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나면 두 번째 쉼터인 백악 쉼터가 나온다.

백악 쉼터에서는 인왕산 자락의 한양도성과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 이 모습들을 보니 힘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쉼터가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백악마루

 백악 쉼터에서 조금 더 오르막길을 오르니, 한양도성에서 가장 높은 곳인 해발 342m의 백악산 정상 ‘백악마루’가 나타났다.


 저 멀리 경복궁과 세종로 일대가 보였는데, 기억 속에 항상 웅장하기만 했던 건물들이 작은 모습으로 비치니 굉장히 색달랐다.
 또 그 높이를 떠나서 한 산의 정상 이자, 한양도성의 가장 높은 지점에 오르니 굉장히 뿌듯했다.

 백악마루에서 제대로 힐링하고 나니, 이제는 거침없이 순성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121 사태 소나무

 백악 마루에서 조금 더 걸어가자 보고 싶었던, 일명 ‘121 사태 소나무’가 나타났다. 북한 특수부대원들과 우리 군경의 교전으로 15발의 총탄 자국이 박혔었다는 바로 그 소나무 말이다.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우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남침한 121 사태. 이로 인해 백악 구간은 무려 40년 가까이 민간의 출입이 제한되게 되었다.
 반면, 이는 한양도성 복원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아무튼 역사적 현장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한양도성 순성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이 같은 역사적 현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청운대

 121 사태 소나무를 지나, 체력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즈음에 청운대가 등장했다.


 북한산의 백운대와 대비되는 청운대는, 북악산의 전면 개방을 기념하여 상징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청운대에서 바라보는 서울 도심 역시 매우 아름다웠다. 순성 초반의 힘들었던 마음은 이때 완전히 사라졌다.


암문

 숙정문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던 중 암문이 나왔다. 암문은 비밀리에 군사를 이동하거나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만든 작은 문으로, 평소에는 돌로 막아두었다가 전시에만 사용하는 비밀 통로다.

 현재 한양도성에는 총 8개의 암문이 있다고 하는데, 백악 구간에서의 암문은 이곳 외에 북정마을로 향하는 갈림길에서도 보았기에 두 개로 파악된다.

북정마을 옆 두 번째 암문

 이 암문을 통해 성 바깥으로 걸었어도 무척 좋았을 것 같았는데, 혹여나 길이 끊기거나 막혀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곡성 등 지점을 보기 위해 안으로 계속 걸었다.

 숙정문에 와서 보니 바깥으로 걸었어도 무방했더라. 다음에 또 온다면 암문을 통과해 바깥길로 걸어볼 생각이다.


곡성

 한양도성에는 주요 지점이나 시설물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성벽의 일부분을 둥글게 돌출시킨 ‘곡성’이 존재한다. 하나는 인왕산 다른 하나는 바로 백악산에 있는데, 청운대에서 근 거리에 곡성이 있었다.


 모르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역시 알고 있을 때, 더 재미있게 순성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설명 표지판을 못 보더라도 한양도성 앱의 알림을 통해 이러한 정보를 즉시 얻을 수 있다. 때문에 한양도성 앱을 작동시키면서 순성 하시길 재차 권해드리는 바이다.



숙정문

 곡성 지점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드디어 한양도성 4대문 중 하나인 숙정문에 도착했다.

 한양도성의 북대문인 숙정문은, 현존하는 도성문 중 좌우 양쪽으로 성벽이 연결된 유일한 문이다.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쉽게 만날 수 있었던데 비하여, 숙정문은 이제야 비로소 만났다는 생각에 무척 반가웠고 기분이 좋았다.

 험한 산세 속에 위치해서인지 매우 듬직하고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멋있었다.  한 편은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다음에 볼 때는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말바위 안내소

 숙정문을 지나면 이내 말바위 안내소가 나온다.


  창의문 안내소에서 받았던 표찰의 반납처이다. 반대로 와룡공원 방면에서 백악 구간 숙정문 쪽으로 출입하는 순성객들의 표찰 수령처이기도 하다. 2시간이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정이 들어서인지, 반납하기가 아쉬워 표찰 사진을 찍은 뒤 반납하였다.

 또한 말바위 안내소는 스탬프 투어 장소이다.

 여기서 숙정문의 스탬프를 찍을 수도 있고, 만약 4개의 스탬프를 모두 모았을 경우에는 이곳에서 완주 기념 배지를 수령할 수가 있다.



한양도성 스탬프 투어

 여기서 ‘스탬프 투어’란 서울 한양도성의 구간을 순성 하면서 총 4개의 지점(말바위 안내소, 흥인지문 관리소, 숭례문 초소 인근,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스탬프를 찍는 것을 말한다.


모두 찍을 경우 전술한 것처럼 위의 지점에서 완주 기념 배지를 수령할 수 있다.

 지정된 지점에서 직접 스탬프를 찍을 수도 있지만, 한양도성 앱을 통해서도 참여가 가능하다.

 필자는 숙정문을 떠나기 전 한양도성 앱을 실행시켜 ‘스탬프 투어’ 화면에서 스탬프를 자동으로 적립시켰다.


 즉 백악 구간에서는 숙정문 부근에서 앱을 실행시켜 스탬프를 받거나, 말바위 안내소에서 스탬프 투어 지도에 직접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기왕 한양 순성에 나선다면, 스탬프 투어에 참여하여 총 4곳 지점에서 모두 스탬프 찍고 완주 기념 배지도 꼭 받으시길 바란다. 단, 배지 수령 가능 장소에 숭례문 지점은 제외.






2부 구간 순성 시작

 말바위 안내소를 나온 지점부터는 2부 구간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길이는 더 길지만, 완만한 코스라 1부 구간 순성 시간의 절반 시간이면 순성을 마칠 수 있다.

 다만, 2부 구간의 순성을 잘 마치기 위해서는,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혜화문 방면으로 길을 유의해서 걷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 우수 조망 명소 - 성북구 방향

 말바위 안내소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성북구 방향의 서울시 우수 조망 명소가 나온다. 여기에서는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장관의 경관이 펼쳐진다.

여기서 “야호”를 외치는 순성객들도 볼 수 있었는데, 그 정도로 경관이 볼 만하며 굉장히 힐링을 주는 장소라 할 수 있겠다. 아래의 우수 조망 명소와 더불어 백악 구간의 가히 하이라이트 지점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만한 곳이다.

 주의할 점은, 아름다운 경관을 다 보았다면 반드시 올라왔던 방향이 아닌 조망 명소 아래의 나무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 만약, 올라왔던 계단으로 다시 내려간다면 목표했던 혜화역 방면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도달하게 된다.


서울시 우수 조망 명소 - 종로구 방향

 작가는 방향을 착각하여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내려와서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누를 범했다.


 그래도 위안으로 삼을만했던 사실은 또 다른 서울시 우수 조망 명소에서 종로구 방향의 아름다운 관경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남산타워, 경복궁, 63빌딩 등 서울의 유명 건축물들이 한눈에 보이는, 감탄을 자아내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앞선 백악 마루와 청운대에서도 관경이 매우 훌륭했지만, 이곳이 더 한눈에 잘 보였으며 아름다웠다.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오는, 서울시 우수 명소로 선정될 만한 곳이었다.

 다만, 이 지점은 한양도성 혜화역으로 가는 백악 구간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필자처럼 이곳에서 한참을 더 지난 뒤에야 되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바로 전 우수 조망 명소 성북구 방향 전망대에서 나무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혜화문 순성 길을 향해

 성북구 방향 우수 조망 명소에서 나무 계단을 내려온 뒤 와룡공원-혜화문 방면으로 가면 된다.

여기서 참 아쉬웠던 것은, 원래는 우수 조망 명소에서 아래로 내려가 성 바깥길로 우회할 필요 없이 성 안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길로 가보니 길을 막아 놓았더라.

 후에 듣기로는 안전상의 이유로 통제했다고 한다. 아무튼 우회해서 가야 했는데, 이 점이 안타까웠다. 앞으로 한양도성 길이 우회하는 일 없이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결과적으로는 성 바깥 길이 너무 아름다웠긴 했다.


혜화문 방면 순성

 아무튼, 우회를 하여 한양도성 성벽을 만나면 이제는 큰 갈림길 없이 그대로 쭉 순성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렇다. 일상생활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한양도성이 주는 아늑함, 자연과의 조화로움의 미를 만끽하며 즐기기만 하면 된다.

 한양도성 순성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을지라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만큼 한양도성은 매력적이다.  


 특히 계절에 따라, 걷는 방향에 따라, 성 안쪽 길이냐 바깥쪽 길이냐에 따라 매번 색다른 관경을 볼 수 있기에 여러 번 순성해도 결코 질리지 않다. 힐링을 하면서 순성을 하다 보면, 성북동 성곽길 조망 지점이 나온다. 즉시, 멋진 관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자연 지형을 따라 성을 쌓았기에 한양도성은 자연과 굉장히 조화롭다. 위 지점과 같이 자연과 한 몸이 돼 마을을 아우르는 한양도성의 자태는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낸다!



성곽 마을 - 성북동 북정마을

 특히 이쪽 순성길의 매력은 성곽 마을인 성북동 북정마을의 정겨운 모습을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컬러풀한 지붕을 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도 참 예뻤고 보기 좋았다.

  그렇게 감탄을 하며 걷던 중 북정마을로 향하는 통로와 앞에서 말한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암문 앞의 길림 길에 서게 되었다.  

 

 이번에는 혜화문까지의 백악 구간 순성을 마치는 것이 목표여서 우회하지 않고 쭉 순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성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다음에는 마을길로 빠져서 만해 한용운 선생께서 사셨던 심우장이 있으며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고 있는 북정마을을 탐방할 계획이다.

 성벽을 기준으로 성 안과 밖의 색다른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길이 널찍하고 걷기에 편한 것도 좋았다.


단절된 성벽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성벽이 끊어져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성벽이 끊어진 것을 보니, 처음에는 진한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골목 순성길도 충분히 매력이 있었기에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
 여기서 혜화문으로 가는 한양도성 순성길로 잘 향하려면 왼편에 보이는 서울왕돈까스 식당 근처 횡단보도를 건너 경신고 담벼락이 위치한 좁은 골목길로 가야 한다. 서울과학고를 끼고 걸으면 안 된다.
 

 골목 순성길 속 한양도성의 흔적

 혜화문으로 가는 골목 순성길에는 경신고 담벼락 등 일부 담벼락에 듬성듬성 성벽돌이 있을 뿐이었다.

 한양도성 순성길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무심코 이 골목을 지나갈 경우에는 한양도성의 성벽돌임을 눈치채기 여려 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혜화문이 가까워지자 축조 시기가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성벽이 나타났다.

 

그 한편에는 복원된 하얀 성벽들로 메워져 있기도 했다.  이 성벽길의 끝 부분에는 혜화문으로 가는 계단이 있었다.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도 근처에 있었는데 코로나19로 폐쇄된 상태여서 아쉬웠다. 다음 기회에 꼭 가보도록 하겠다.


혜화문

 혜화문과 연결돼 있는 짧은 성벽 길을 지나니, 마침내 오늘의 종착지 혜화문에 도착했다!

 혜화문은 이 날 봤던 웅장하고 기세 등등했던 숙정문이나 창의문과는 달리,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의 방향과는 다르게 복원된 것은 아쉬웠다. 이렇게나마 모습을 보인 것이 다행이기도 했지만.

 그리고 외로워 보였다. 문과 연결된 성벽이 매우 짧았고 홀로 동떨어져 있어서 그렇게 보였던 듯하다.  


 하지만 반대편의 모습을 보니 주변 나무들을 벗 삼아서 꿋꿋이,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마치 혜화문의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다른 문보다 더 애정이 갔다.

 멀지 않은 미래에 혜화문을 또 찾을 계획이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백악 구간'

 백악 구간 순성을 한 줄 평으로 표현하자면,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도입부의 가파른 계단의 향연은 시련도 주었지만, 그 와중에 아름다운 산세는 환희도 느끼게 해 주었다. 고난의 구간을 뒤로한 뒤에는 백악마루와 청운산, 1.21사태 소나무, 곡성 등 의미 있고 흥미로운 지점을 만날 수 있었다.


 험한 산세 속 북대문인 숙정문의 모습은 짙은 여운을 안겨다 주었고, 서울시 우수 조망 명소에서의 경관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긴 성벽이 이어진 구간은 평안함을, 정겨운 성벽 마을의 모습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줬다.

 끊어진 성벽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골목길 속 한양도성의 흔적은 희망을 주었으며, 외로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혜화문은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한 구간 안에서 희로애락을 비롯한 온갖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백악 구간'은 매우 매력적인 구간이었다.


  이처럼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백악 구간을 순성하며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지친 일상'에서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강력히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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