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에서 걷는다면 이러한 기분이 아닐까?! 자연을 품고 있는 구간으로, 서울의 한 복판에서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 중세와 근현대사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구간
남산 구간은?
장충체육관 뒷길에서 남산공원을 거쳐 백범광장까지의 구간이다. 해발 270m의 남산은 서울의 안산으로 정상 부근은 서울의 중심부에 해당된다.
구간 거리는 약 4.2km에 이르는데 물리적 길이도 길지만 볼거리도 워낙 많아 소요시간이 약 3시간은 걸린다. 아니 사실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그보다 훨씬 더 넘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여러 명소를 모두 살피기에는 하루 종일 잡아야 할 것 같아, 한양도성 순성 길을 중심으로 쭉 걸어 나갔다.
필자는 남산 구간을 남산공원 정상부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 번에 남산 구간 모두를 순성하기 부담스럽다면 나누어서 방문해보길 권해드리고 싶다.
순성 방식은?
올해 필자는 모든 구간을 순성할 때 성 바깥 및 안 길을 모두 걸을 수 있는 곳은 성 안쪽 길로 걷고자 계획하여, 이번 남산 구간도 그렇게 걸었다.
안 길이 지대가 높다 보니 마을 방면으로 내려다보는 광경이 매우 아름답긴 한데, 성벽을 제대로 보기에는 바깥으로 걷는 것이 훨씬 낫고 그 모습 또한 운치가 있어 좋다.
올해 전 구간 순성을 다 마치고 다음에 또 한 번 전 구간 순성에 나선다면 바깥 길을 중심으로 걸을 계획이다.
장충체육관
흥인지문 구간의 끝이자 남산 구간의 시작 지점인 장충체육관은 1963년 2월 개장한 국내 최초의 실내체육관으로, 2015년 1월 리모델링을 통해 재개장하여 운영 중에 있다.
이 장충체육관을 지나면 남산 구간의 시작 지점 계단을 만날 수가 있다.
장충체육관 뒷길
한양도성이 자연지형을 따라 축조되어서 그 길은 자연을 품은 길이다.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다.
좌측은 성벽 여장 부분과 그 바깥 풍경, 우측은 유명 호텔의 아름다운 조경을 보인다.
굉장히 힐링되는 길이었다.
인적도 드문 편이라,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꽃과 나무, 새를 보며 행복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자연에 취했다.
어느 정도 높이 올라왔다 싶었을 때 옆과 뒤를 돌아보았는데 성벽 너머 보이는 마을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뒷길이 끝나갈 무렵 갈림길에서 성벽의 바깥 부분도 볼 수 있었는데, 한양도성 구축 초창기에 축조된 성벽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기가 제각각인 돌로 구성된 성벽을 보니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축조되었음에도 보존이 잘 되어 있어 무척 다행이다.
반얀트리클럽&스파서울
반얀트리클럽&스파서울을 끼고 길은 이어졌다. 그 반대편은 숲 속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역시 상쾌한 기분을 가지고 걸을 수 있었다. 다만, 난간에 기대면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음을 잘 숙지해야 한다.
비록 온전한 자연의 모습은 아니긴 했지만, 호텔 일대가 워낙 조경이 잘 조성되어 마음에 들었다.
남산 구간답게, 구간을 걷는 내내 남산타워의 모습이 수시로 보였다. 호텔을 빠져나오니 건너편에 국립극장이 보였다.
남산공원 입구와 국립극장
국립극장 쪽으로 길을 걸으니 남산공원 글귀판과 함께 정말 늠름하고 당당한 모습의 동상 하나가 보였다.
1918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재일동포의 권리 증진과 법적 지위 향상, 민생 안전 등을 위한 일을 해온 김용환 지사의 동상이었다.
동포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분들은 너무나도 존경스럽다. 나도 이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동상을 지나 우측에는 1973년 장충동에 건립된 국립극장이 있었다.
1974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 도중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한 장소이기도 한데, 5년 전쯤 공연을 보러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옆길이 남산공원으로 이어진다는 것인 한양도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국립극장을 지나 드디어 남산공원으로 들어갔다.
남산공원 진입
진입로부터 조경이 멋진 남산공원은 그 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하다.
어느 쪽으로 걸어도 다 좋은 길이나, 한양도성 순성길로 걷고자 목표를 잡았다면 갈림길에서 안내판 등을 잘 파악하여야 한다.
안내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초행인 분들에게는 아주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에 어디가 순성길인지 충분히 헷갈릴만했다.
실제로 어느 한 연인도 “한양도성 순성길이 이쪽이지?”라고 말하면서 그 반대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기자도 초행이라 긴가 민가 하여 당시에 그분들께 어떤 말씀도 해드리지 못하였다.
버스정류장이 보이는 두 갈래 갈림길에서 버스정류장 반대편으로 걸어야 함을 꼭 알고 계시길 바란다.
남산 동쪽 나무계단길
그렇게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올라가면 이내에 남산 동쪽 나무계단길이 나온다.
여기에는 축성된 지 600여 년이 넘은 태조 시기의 성벽이 초축 당시의 모습을 유지한 채 상당 부분 남산 동쪽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숙종 혹은 순조 시기의 보수된 성벽도 중간중간에 눈에 띄었다. 그러다 비교적 선명한 각자성석이 보였다.
숙종 35년(1709) 8월에 도성 개축 임시 책임자인 조정원, 오택, 윤상후가 함께 공사를 감독했으며, 전문 석수 안이토리가 공사에 참여했다는 내용이라고 안내 표지판에 적혀 있었다.
각자성석을 지나 인적 드문 숲 속의 성벽 길을 나 홀로 걸으니,
이제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천국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좌우를 한번 돌아보면 예쁜 꽃과, 아름다운 도심이 내려다보였다.
그리고 멀리 전망할 수 있는 나무 데크가 나와서 잠시 전망을 감상했다.
국립극장과 신라호텔 너머의 주택-아파트-산이 조화를 이루는 광경이 탄성을 자아냈다. 한강과 멀리 제2 롯데월드 건물도 보였다. 환상적이었다.
남산 정상으로 가는 길
그렇게 천국 길과 같은 숲 속 길을 지나고 나니, 남산 정상으로 향하는 널찍한 길이 나왔다.
성곽 뒤로 남산타워도 매우 크게 보이기 시작했는데 웅장하고 멋졌다!
튤립을 비롯한 꽃들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어 제대로 눈 호강을 할 수 있었다.
한양도성 남산 구간은 정말 완벽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사기 캐릭터", 혹은 “다 가진 자”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았다. 정말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다 갖춘 곳이었다.
남산 정상과 서울 중심점
드디어 남산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여러분들은 서울의 한가운데가 남산 정상부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위성항법장치(GPS)로 측량한 결과 서울의 지리적 중심점이 남산 정상부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자리에는 서울의 중심점임을 표시하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중심점을 확인한 뒤 곧바로 그 앞의 서울 도심을 감상했다.
따로 소감을 말하지 않겠다.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한참 감상을 하다 왼쪽을 보니, 남산타워로 불리는 N서울타워가 있었다.
N서울타워
남산 정상에 우뚝 솟은 전망 탑으로 해발 480m 높이에서 360도 회전하면서 서울시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명소이다.
1969년 수도권에 TV와 라디오 전파를 송출하는 종합 전파탑으로 세워졌다가 1980년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이후 대대적인 보수를 거쳐 2005년 복합 문화공간인 N서울타워로 재탄생하였다.
그 유명한 이곳을 나는 이제 처음 맞이했다. 늘 멀리서만 봐오던 것이 익숙했는데 눈앞에서 바라보니 어색하기도 했고 동시에 신기하기도 했다. 서울살이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드디어 서울타워를 눈앞에서 보게 되었고, 감회가 매우 새로웠다.
이곳 내부를 방문하고 싶었지만, 갈 길이 아직 멀었기에 이번에는 이렇게 바깥에서만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케이블카도 너무 타고 싶었지만 역시 다음 기회에 타기로.
남산 팔각정과 국사당 터
그리고 이곳 근처에는 남산 팔각정이 있다.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적이 있어 나에게도 익숙한 곳이고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보수 공사로 인해 구조물로 가려져 있어 만나지 못했다.
본래 남산 팔각정 자리는 조선시대 국사당(國師堂)이 있던 자리였다고 한다.
조선 태조는 남산을 목멱대왕으로 삼고 이 산에서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는 국가 제사만 지낼 수 있게 하려 국사당을 이곳에 지었다.
그런데 1925년 일제가 남산에 조선신궁을 지으면서 국사당은 인왕산 기슭으로 옮겨졌다. 원 국사당 자리에는 제1공화국 때에 탑골공원 팔각정과 같은 모양의 정자를 지었으며, 이승만 대통령의 호를 따 ‘우남정’이라고 하였단다.
그러다 4·19 혁명 이후 팔각정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현재까지 그 이름이 이어져 오고 있다.
보수 공사 후 더 멋진 모습으로 다음에 보게 되기를 소망한다.
팔각정 공사 지점을 지나 내려 막길을 내려갔다.
목멱산 봉수대 터
조금 내려오니 목멱산 봉수대 터가 등장.
<기념물 제14호> 목멱산 봉수대는 조선시대 전국팔도에서 올리는 봉수(烽燧)의 종착점이었다. 봉수란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변방의 정세를 알리는 시각(視覺) 신호를 말한다.
평시에는 1개의 봉수를 올렸으며, 변란이 생기면 위급한 정도에 따라 2개부터 5개까지 올렸다. 목멱산 봉수대는 세종 5년(1423)에 설치되어 1895년까지 500여 년 간 존속하였다. 현재의 봉수대는 1993년에 추정 복원한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교과서 등을 통해 익숙했던 봉수대를 개인적으로 이제야 처음 봤다. 그 옛날 이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던 모습을 상상해본 뒤 발걸음을 이어갔다.
남산 명물, 사랑의 자물쇠
남산의 명물, 사랑의 자물쇠!
역시 너무나도 유명한 남산 사랑의 자물쇠 지점이 나타났다. 말로만 듣고, TV 등으로만 봐왔던 곳을 드디어 보게 되었다! 낡은 자물쇠들은 나의 감성을 자극했고, 괜스레 옛 다른 학창 시절 추억들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
낙서가 많기는 했지만 또 다른 명물 조형물인 오리도 참 귀엽고 반가웠다.
성벽 내리막길과 전경
본격적으로 성벽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이 길은 걷기도 편한 데다가 멀리 도심 풍경을 정면으로 보면서 갈 수 있어 좋았다.
좌측에는 주택가들부터 아파트, 그리고 저 멀리 삼성무역센터도 보였는데 보는 눈이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흔들리는 돌계단 발견
돌계단을 내려가던 중 흔들리는 돌을 발견했다. 어르신과 어린이가 자칫 잘못하면 이 계단을 밟다가 넘어져 다칠 우려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잠시 걸음을 멈춰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하였다.
남녀노소의 많은 나들이객이 다니는 길이니 만큼 어서 조치가 이뤄졌으면 했다.
다행스럽게도 약 한 주가 지나고, 위 신고를 수용하여 돌계단 균열부분의 보수가 완료되었다는 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여러분들도 한양도성 혹은 어떠한 명소를 걷는 중 위험한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면, 모두의 안전을 위해 안전신문고 등을 통한 신고를 해주시길 바란다.
잠두봉 포토아일랜드
안전 신고를 지점에서 조금 더 내려가니 사진 찍기 좋은 잠두봉 아일랜드에 다다랐다.
남산 서쪽 봉우리는 누에머리를 닮았다 하여 예부터 잠두봉이라 불렸다 한다. 이곳에서는 내사산으로 둘러싸인 도심의 빌딩 숲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남산에서 이미 여러 번 도심의 파노라마 풍경을 보았는데, 잠두봉 아일랜드에서의 경관 역시 훌륭하였다.
감상을 끝낸 뒤, 한양도성유적전시관으로 향했다!
한양도성유적전시관
한양도성유적전시관은 2013년~2014년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성벽 유적을 전시하고 있다.
이 유적은 한양도성 남산 구간의 일부로 그동안 멸실된 줄로만 알았던 성벽 구간이다. 전시관이 자리 잡은 남산 자락은 한양도성의 오랜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이다.
한양도성 유적(1396)-조선신궁 배전 터(1925)-남산 분수대(1969) 등을 포괄하는 전시관 권역에서는 조선시대 축성의 역사, 일제강점기의 수난, 해방 이후의 도시화, 최근의 발굴 및 정비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
- 한양도성 유적
전시관 일원에서는 총길이 약 189m의 한양도성 유적이 발굴되었다.
한양도성은 조선 왕조 내내 지속적인 보수를 통해 유지되는데 이 유적은 태조(14세기), 세종(15세기), 숙종 이후(18~19세기)에 쌓았던 부분들이 하나의 성벽을 이루고 있어 시기별 축성 양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성벽을 쌓을 때 임시로 나무 기둥을 박았던 구멍의 흔적들도 함께 발굴되어 전시 중이었다.
- 조선신궁 배전 터
한양도성 남산 구간은 1925년 일본의 식민통치를 상징하는 조선신궁 건립으로 크게 훼손되었다. 이 건물지는 조선신궁 내 배전(拜殿, 방문객들이 절하며 참배하는 곳)의 기초 구조물로 성벽 발굴조사 때 함께 발견되었다.
일제가 한양도성을 철거하고 그 위에 조선신궁을 세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 분수대
광복 이후 조선신궁이 없어진 자리에는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들어섰다가 4·19 혁명으로 철거되고 1968년부터 남산 식물원과 분수대가 자리 잡았다.
둘레 20m의 분수대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컸으며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았다.
2006년 ‘남산 제모습 가꾸기’ 사업으로 식물원은 철거되었으나 분수대 광장은 발굴 전까지 유지되었다.
- 방공호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이 방공호는 적군의 공중 공격을 피하기 위한 방어시설이었다.
입구 계단을 내려가면 약 33㎡의 방과 긴 통로가 있는데, 관람객 안전을 위해 내부 관람은 제한하고 있다.
- 각자성석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내자육백척(奈字六百尺)’ 각자성석은 14세기의 것으로 이 구간의 명칭이 천자문의 60번째 글자인 ‘내(奈)자’였음을 보여준다.
* 아쉬움과 기대
야외에 한양도성유적전시관을 마련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잘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성벽 위 지붕을 왜 저러한 색상과 모양으로 했는지는 의아했다.
한양도성 성벽과 연관성이 없어 보였고, 썩 어울리지는 않다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신궁 배전 터와 분수대는 썰렁했으며 방공호는 밖에서 살짝 엿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양도성의 유적이 있기에 특히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매우 유익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19로 중단되었지만 상황이 나아진다면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될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보다 보강되는 등 아쉬운 점은 개선되어 앞으로 시민들에게 더욱 유익하고 사랑받는 전시관이 되길 소망한다!
백범광장 일대
유적전시관을 지나 백범광장으로 항하는 중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 보였다.
잠시 동상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려 했다. 아마도 안중근 의사의 희생정신과 애국심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을 보았고,
마지막으로 성재 이시영 선생의 동상을 보았는데 마음이 숙연해졌고 끝내 결국엔 눈물이 맺혔다.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정신이 떠올라서 그랬나 보다.
이처럼 남산의 백범광장 주변에는 백범 김구 선생 동상, 성재 이시영 선생 동상,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동상 등 항일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물이 많은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신궁이 있던 곳이어서 일제 식민 지배의 상징을 항일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대체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백범광장 일대의 한양도성은 일제강점기 조선신궁을 지을 때 모두 철거되거나 흙 속에 묻혔다가 최근 다시 쌓았단다.
다만 지형 훼손이 심해 원형을 살릴 수 없는 구간에는 성벽이 지나던 자리임을 알 수 있도록 바닥에 흔적이 표시되어 있었다.
백범광장까지 왔지만, 기왕 온 김에 인근의 숭례문까지 가기로 하고 순성을 계속했다.
새로 쌓은 성벽
백범광장을 지나니 근래에 쌓은 성벽이 길게 이어졌다. 이 성벽 길은 사실 산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성벽이 온전히 눈에 들어왔고, 그 성벽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길이었다.
최근에 쌓은 성벽이라 보기에 굉장히 깨끗하고 튼튼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특히 뒤돌아 보았을 때, 성벽을 뒤로 남산타워가 보이는 배경은 남산 구간의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 깊었고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지난해 9월 서울시 홍보대사로 BTS가 서울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사진 포스터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었다!
(출처 : 서울시 공식 블로그 '서울씨')
한양도성을 가장 쉽고 대중적으로 만나기 좋은 곳이 바로 남산 구간의 바로 위 지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방면에서 많은 행사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숭례문 가는 길
끝까지 아름다웠던 남산공원을 뒤로하고, 숭례문으로 향했다.
남산공원 입구에서 길을 건너니 생각지 못하게 성벽 여장이 늘어져 있었다.
버스정류장과 도로 옆 보도 한쪽에 성벽이 있는 모습은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 다다를 때쯤 건너편에 있는 숭례문이 눈에 들어왔다.
숭례문
버스 등으로 수도 없이 지나갔지만 걸어서 숭례문 바로 앞까지 온 것은 생각해 보니 처음이었다. 기자가 있던 때에는 외국인이 더 많이 있었는데, 역시 대한민국의 랜드마크 다웠다.
2010년대 들어 불에 타버린 사건은 정말 가슴이 아팠다. 이제 더는 시련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한양도성박물관에서 숭례문 모형을 통해 뒷면을 보았는데 다음에 숭례문에 도착하면 정면부터 후면까지 자세히 보고자 마음먹었었다. 그래서 이를 실천했다.
반대편에서는 문 사이로 저 멀리 구 서울역 건물이 보이더라.
이렇게 백범광장을 넘어서 숭례문까지 보는 것으로 순성을 마쳤다.
흐린 날씨였음에도 남산 구간은 환상적이었다.
천국으로 가는 길, 아니 천국에서 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아름다운 광경이 이어졌었다.
자연과 도심 그리고 성벽의 조화를 이루는 구간! 서울과 대한민국의 랜드마크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명소들이 위치한 곳이 바로 한양도성 남산 구간이다.
만약, 남산 구간을 방문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한양도성길을 따라 한양도성에 초점을 맞춰 걸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