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에 살면서 장안벚꽃축제, 보제원한방문화축제, 청룡문화제, 북페스티벌, 혁신교육지구 축제 등 여러 축제를 경험해 봤는데 다양성 측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중구의 정동야행과 성북구의 성북야행과 같은 문화재 야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동대문구에도 문화재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있더라. 2021년 처음 열렸고, 올해 2회 차를 맞이한 영휘원과 숭인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월하 홍릉'이라는 동대문구의 문화재 야행이 있었다.
제2회 월하홍릉은 <월하홍릉 7야 프로그램>으로 "달빛초롱, 달빛산책, 달빛이야기, 달빛풍경, 달빛공연, 달빛소반, 달빛창가"로 구성됐다. 야간조명 감상과 해설문화탐방, 강연, 전시, 공연, 전통 다과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9월 31일~10월 1일, 이틀간 진행됐다.
당연히 가봤다. 그런데 9월 30일은 직장 퇴근 후 가기가 여의치 않았고, 10월 1일에는 정말 수많은 대규모 행사가 서울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날이었다. 그렇지만 도저히 안 가볼 수는 없어서 시간을 쪼개어 짧은 시간이라도 참여해 보았다.
홍릉숲 탐방
먼저는, 사전 예약했던 [야로] 달빛산책 프로그램 '홍릉숲 탐방'에 참여했다. 올여름, '동대문구 테마별 관광코스'를 통해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홍릉숲 해설탐방.
그때는 많은 분들께 홍릉숲을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목적에 풍경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점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진과 기록은 최소화하고 숲 냄새를 온몸으로 맡으며 힐링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홍릉은 매주 매주가 새로운 곳이라 언제나 와도 좋은 곳이다. 홍릉숲 주변에 산다는 건 축복이다.
행복한 홍릉숲 탐방을 마치고, 예쁜 등불 길과 담벼락을 따라 이동. 월하홍릉 행사의 거점 지역인 영휘원과 숭인원으로 향했다.
입구에 다다르자 종합안내소와 함께 예쁜 조형물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영휘원과 숭인원은 네 번째 방문이지만, 초저녁 방문은 처음이었다.
원래는 저녁 개방을 하지 않는데 월하홍릉 행사로 올해 야간에는 처음으로 개방한 것이다! 또한 이번 축제 기간 입장료는 무료였다.
입장을 하니 좌측 영휘원 쪽으로는 청계천 등불축제 등에서 봤을법한 예쁜 조형물들이 보였다. 월하 홍릉의 대표적 볼거리라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이 참 좋아했고, 어른들도 좋아했다. 나도 좋았다.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아이와 같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구경했다. 좀 더 어두운 밤에 봤으면 더 멋졌겠는데, 다른 축제에 가느라 그 광경은 안타깝게도 못 봤다.
아쉬웠던 건 하나 더 있었다. 밤에 펼쳐질 달빛공연 무대가 보였는데 역시나 이 또한 같은 이유로 공연 직전에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어 감상하지 못해 심히 아쉬웠다. 이 당시에는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고, 무대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뒷모습을 한참 본 다음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후에 동대문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에 공연이 업로드된 것을 알고, 이를 통해 이날 야밤에 열린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참 다행이었다.
우측 숭인원 쪽으로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는데, 달빛소반 부스에서 서울약령시 연계 전통 다과를 제공해주셔서 기분 좋게 마셨다.
체험 부스는 어린이들에게 양보하고 잠시 둘러보기만 하다가 사람들이 몰려있는 쪽으로 가보았는데, 달빛공연 프로그램의 하나인 1인 연극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현장의 아이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공연이었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 흐뭇했다.
단 이틀뿐이라는 점과 서울의 수많은 대규모 축제와 일정이 겹쳤던 부분이 아쉽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대문구에도 동네 주민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알찬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기뻤다. 왜 진작 열리지 않았던 것인가!
여타 축제들과 비교했을 때 소규모 축제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억에 확실히 남는 축제,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축제라는 점은 확실했다. 월하홍릉은 내 마음속에서는 대규모 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