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법

주짓수, 그게 뭔가요?

by 파란

나는 싸움을 싫어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갈등을 싫어하고

되도록이면 좋게 좋게 가는 편을 선호한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성격이 둥글둥글하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회피형 인간 그 자체이다.


당연히 이런 성격이다 보니

학창 시절에는 괴롭힘의 타겟이 되었고

그나마 고등학교 때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

무난하게 학업을 완수했던

그야말로 평범함 그 자체의 인간이었다.


그때까진 몰랐다.

이윽고 성인이 되고 난 후 계속된 방황과 좌절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울이 싹트기 시작했고

나의 20대는 커져버린 공허감과 싸우기 위해

정말이지 안간힘을 썼다.


"유도는 주짓수한테 한주먹거리도 안돼! 얼마나 센데"


화기애애하게 달아오른 술자리에서 한 여동생이 꺼낸 말이었다.

대학을 졸업 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던 카페가 있었는데

같이 일하는 동생들은 참 배울 것이 많은 친구들이었다.

모처럼 다 같이 퇴근을 하고, 닭발집에서 한두 잔 술을 기울이다 보니

서로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었고

그 여동생은 자기가 배우는 주짓수를 자랑하였고

한 남동생은 자기가 배우는 유도에 대해 자랑하였다.


"누나! 몰라서 그래요, 유도는 사람 메치면 진짜 죽는다니까요?"


"주짓수는 안 그런 줄 알아? 유도는 진짜 주짓수에 안된다니까?"


둘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주짓수에 대해 얼핏 들었던 지난날이 기억났다.

같이 축구를 하던 한 친구가 자신이 주짓수를 한다며

생각이 있으면 함께 다니자고 했던, 바로 그 운동.


"나 주짓수 배워볼래"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대뜸 나는 그 여동생에게 홀린 듯이 대답했고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좋은 생각이라고

관장님의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것이 나와 주짓수의 첫 시작이자 인연이었다.




"자 잘 봐 이건 새우 빼기라는 동작이야"


관장님은 웃음이 많으신 분이었다.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며

누구보다 더 장난을 많이 치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엄한 관장님과는 거리가 있는

정말이지, 참 누구보다 정이 많으신 분이다.


"관장님 혹시 이게 맞을까요?"


나는 그다지 몸을 잘 쓰는 편은 아니였다.

동작은 힘이 들어가서 뻣뻣하기 일쑤였고

유연성은 떨어져서 오죽하면 같이 파트너를 하던 형이

혹시 통나무가 아니냐고 놀랠 정도였으니 말이다.


"괜찮아."


관장님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시며 얘기하셨다.


"지금은 잘 못해도 돼. 나중에 잘하게 될 거야"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어디서도 이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해주는 어른은 없었다.

'잘해야 돼, 앞서나가야 돼, 경쟁에서 이겨야 돼'

이런 말에 익숙해져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나에게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따스한 말이었다.


그래서일까.

내가 싸우기 위한 법을 위하여

가장 먼저 터득한 것은 기다림이었다.

잘 싸울 수 있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긴 시간 동안 스스로를, 그리고 주변을 다독여줄 수 있는 마음.


참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싸우는 법을 배우러 간 곳은

주먹과 힘이 아닌, 이해와 배려를 가장 먼저 알려줬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왜 이런 마음가짐이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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