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섹스의 회복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에 참여하기도 하고 리더로 모임을 이끌기도 하면서 우리나라와 세계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몇몇 프로그램 속에서 자신의 첫 경험을 고백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첫 섹스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
술에 만취해서, 상대가 하도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성에 대한 호기심에, 귀찮은 처녀 총각 딱지를 떼버리고 싶어서, 못 해본 게 자존심 상해서, 자신의 유혹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성교를 시작했고, 심지어 상대가 약을 타서 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했다거나 나이 많은 친척 누나 혹은 삼촌에게 당했다는, 명백히 강간에 해당하는 끔찍한 경우들도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 사랑이 충만하여 몸도 마음도 온전하게 섹스를 원하는 상태로 첫 경험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남자들의 경우 상상 속에서 몸부림치던 성욕이 처음으로 실제 상황에 놓였을 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 것인가, 상대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를 걱정하며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서 비웃음을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그리고 이런 불안을 없애기 위해 술의 힘을 빌리곤 한다.
우리보다 훨씬 개방적이라고 여겨지는 서구사회에서도 많은 남성들은 자신이 충분하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
사실 이 걱정과 불안은 상대방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생겨나지만 결국은 상대를 상처 주는 결과로 남는다. 동시에 남자 자신도 상처 받는다.
술에 취했건 맨 정신이건, 이 행위로써 내가 평가받는다는 긴장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은 대부분 거칠고 일방적인 힘을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성교란 소통 가운데 가장 깊은 소통이어서 나의 에너지가 상대를 투과하여 다시금 나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만일 나의 에너지가 폭력적이라면 그 에너지는 상대방을 상하게 하고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나를 상하게 한다.
여자들은 비자발적으로 첫 성교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원하니까 양보하는 마음에서, 혹은 상대를 실망시키거나 화나게 하기 싫어서 요구에 응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결국 여자가 ‘허락’을 했으니 자발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욱이 섹스에 대한 궁금증에서나, 친구들은 모두 해봤다는데 나만 못해본 게 억울해서거나, 뭔가를 테스트해보려는 이유 등으로 '작정'해서 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자발적인 섹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몸의 장기들은 나의 의지나 의식과 상관없이 움직인다. 소화기관의 운동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고 심장박동의 리듬이나 혈류를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없다. 눈의 동공이 늘 켜져 있기를 바란다고 해서 햇빛 속에서도 작아지지 않고 버티는 동공은 없다.
자율신경계에 속한 장기와 신체 부위는 생명 유지라는 관점에서 더 결정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나의 의식이나 의지를 따르지 않고 몸이 하나의 자연으로서 스스로 반응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괜찮아, 나는 허락했어. 해도 돼. 이제 해보는 거야. 기필코 할 거야! ’라고 생각하고 결정했다고 해서 나의 몸도 따라서 동의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마음이 원하는 만큼 몸도 원하는 행위일 때 자발적인 섹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몸은 충분히 달아오르고 유연해져서 상대의 몸과 만나기 위한 물리적인 진행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따라서 자발적인 섹스가 아니었을 때 힘들었거나 아팠거나 불쾌했거나 둔감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쾌감이 존재했느냐의 여부가 스스로 원한 섹스였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초적인 쾌감은 자극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기 때문에, 몸이 원하지 않는 성교 중에도 쾌감은 생길 수 있다. 몸이 필요로 하지 않고 오히려 해로운데도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에 빠지고, 갈증을 풀어주기는커녕 더한 갈증만 만들어내는데도 콜라의 시원함을 즐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오랫동안 불감증과 성교 통증을 갖고 있었다. 나만 그런 걸까 싶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극소수를 빼놓고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영화 장면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기쁨에 겨워 몸부림치는 여자의 오르가즘은 남자 감독의 환상에서 만들어낸 거짓이라고 믿고 있었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 조사 결과를 찾아보면, 전체 여성의 70%는 삽입 후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고, 느낄 수 있다 해도 성교 횟수의 1/4 정도 확률로 오르가즘에 도달한다는 자료도 있다보니, 나의 무감각과 통증은 고쳐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보편에 가까운 것이겠구나 확신하게 되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형성되어 온 확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요가 수련을 하면서부터였다.
요가의 핵심은 ‘합일(union)’이어서 몸과 마음을 하나로, 개체인 나와 전체인 우주를 하나로 화합하는 수련이다. 그러니 모든 생명의 본원적 에너지인 섹스 없이는 결코 요가에 접근할 수도 없고 영적으로 성장할 수도 없다.
섹스란 여자와 남자의 생식기가 결합하는 성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과, 성행위 또한 두 육체의 접촉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젊은 시절에 생긴 상처로 굳어지고 마비되어버린 나의 섹스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받아들였다. 모든 치유는 상처를 명확히 보고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대부분 섹스의 상처는 첫경험에서 시작된다.
첫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말 그대로 '첫' 경험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태아 시절에 엄마 뱃속에서 느낀 것들과 태어나자마자 신생아로 받아들인 모든 경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 속에서 사라져도 그 사람의 정서, 심리, 태도, 사고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섹스의 첫 경험도 그렇다. 내가 기억하든 못하든 하찮게 생각하든 아니든, 내 몸이 경험한 그 첫 번째 사건은 나의 섹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영향은 나의 몸에 새겨져 있는데 머릿속에서 합리화시키면서 소위 '정신승리'라 불리는 방법으로, 괜찮다, 아무것도 아니다, 다 지난 일이다, 나는 극복했다며 억지를 쓰는 것은 더욱 좋지 않다.
나약함과 무지, 조바심과 성급함, 욕심과 집착 때문에 내 몸과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던 성행위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다면 여기서부터 치유는 시작된다.
자, 이제 치유를 시작해보기로 하자.
물리적인 치유법도 있지만 나의 경험으로 보면 명상이 더욱 확실하고 효과적인 치유력을 갖고 있다.
‘명상’이라고 하면 일종의 미신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두뇌와 인체가 매우 정교한 기계라고 믿는 유물론적 사고에서 접근하면 명상의 실체는 오히려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하지만 명상의 효과에 대해서 의심이 남아있다 해도 괜찮다. 오히려 별 기대 없이 명상을 진행할 때 의외의 결과가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명상에 대한 믿음보다 더 필요한 것은 해부학적 지식이다. 몸이 온전히 원하지 않은 성행위로 인한 충격은 하나도 남김없이 물리적인 차원으로서 생식기관에 남아있다. 따라서 그 상처를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골반과 그 안쪽의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누군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그가 있는 곳의 위치를 알아야 하듯이 말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서 골반뼈의 모양과 생식기관의 구조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숙지해야 한다.
명상을 위해서 조용한 시간과 장소를 택한다. 유튜브에서 ‘meditation music’ ‘reiki music’등으로 검색하여 내 귀에 편안하게 들리는 것으로 30분 이상 되는 곡을 골라 잔잔하게 깔아놓으면 좋겠다.
편한 자세로 앉는다. 꼭 가부좌를 틀 필요는 없고 의자나 방석을 이용하거나 벽이나 소파, 리클라이너에 등에 기대어도 좋지만 눕는 것만은 피한다. 상체가 구부정하지 않게 골반과 척추와 머리를 수직으로 곧게 펴도록 한다.
< 골반 부위 명상 >
1. 눈을 감고 음악을 느끼며 자연스러운 호흡 그대로를 바라본다. 나의 숨이 어떻게 들어가고 어떻게 나오는지를 구경하는 마음으로 관찰한다.
2. 골반 아래가 닿아있는 곳에 중력을 느낀다. 중력의 안정감을 즐긴다.
3. 호흡을 조금씩 내려서 골반으로 가라앉힌다. 골반으로 숨을 쉰다고 생각한다.
4. 골반으로 드나드는 나의 호흡이 모여 따스하고 기분 좋은 빛이 된다고 상상한다.
5. 이제 그 빛이 골반뼈를 따라 점차 퍼진다. 나의 생식기를 안전하게 받쳐주고 있는 골반뼈를 인지하면서 빛이 세심하게 번져가는 것을 느낀다.
6. (남자) 정낭, 혈류관, 고환, 음낭, 음경으로 빛이 채워진다.
(여자) 질, 자궁목, 자궁, 나팔관, 난소로 빛이 채워진다. (만일 수술로 제거한 부분이 있다면 없는 상태 그대로를 느낀다)
7. 빛을 받은 모든 세포들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8. 나에게 이토록 놀랍고 신비한 성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에 (혹은 존재했었다는 데 대해) 감사한다.
9. 나의 성 기관이 원하지 않았던 첫 경험과 그 이후의 모든 어리석었던 성교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아프게 해서 미안해.’ ‘놀라게 해서 미안해.’ ‘강요해서 미안해.’ ‘상처 주어서 미안해.’라고 속으로 말한다.
충분히 용서를 구했다면 마음을 비우고 잠시 대답을 기다린다. 대답을 강요하거나 초조해하지 말고 나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다려본다.
10.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었다면 그 신호에 감사하고, 만일 아무런 신호가 없었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명상을 마무리한다.
정성을 들이고 집중해서 꾸준히 반복하면 언젠가 반드시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보장한다.
다만 빠른 결과를 얻으려는 집착은 버리는 게 좋다.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반드시 용서받아야 한다는 고집을 부린다면 진정한 사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명상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