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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g Jul 15. 2021

호주 가는 하늘

비행 그리고 입국

비행. 여행 시작 설렘의 절정.


저녁 비행기를 선택한 이유는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날아가는 동안 아이들이 최대한 긴 잠을 자줬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3시간 반 정도의 비행기는 타본 적이 있었지만 10시간이 넘는 비행은 어른도 힘든데 처음 경험해보는 아이들이 어떻게 잘 버틸지 걱정이 많이 됐다. 잠을 못 이루고 지루해하거나 힘들어할 경우를 대비해 기내용 가방엔 아이들 놀거리와 먹을거리가 한가득 실려 있었다.


면세 구역에서 우리 부부를 너무 당황시켰던 둘째로 인해 잔뜩 긴장을 한 채 비행기에 올랐다. 그나마 울던 상태가 진정된 것이 다행스러웠다. 대한항공은 어린 자녀를 둔 경우 사전 예약을 통해 베시넷을 예약할 수가 있는데 우리 가족은 다행히 베시넷 예약에 성공해 그나마 좀 여유로운 공간이 있는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스낵류의 단 간식은 잘 주지 않는 편이지만 이때만큼은 모든 양육 규칙을 다 포기해야 했다. 좋아하는 과자를 봉지째 손에 들려주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쪽쪽이도 상시 대기시켰다.


이륙 준비를 하는 2~30분의 시간. 비행기 안이 이렇게나 고요했던가? 둘째로 인한 불안감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이륙 시 공기압 차로 인한 귀의 먹먹함을 해결하기 위해 첫째에게 줄 물과 둘째에게 줄 분유를 준비했다. 분유를 본 둘째가 어서 달라고 보챘다. 비행기는 아직 이륙을 위해 지상에서 이동 중이었는데. 떼를 쓰고 울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분유를 물렸다. 비행기는 이륙 승인을 받기 위해 좀 더 지체가 되었고 둘째는 이륙 전에 분유를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이륙! 귀가 불편해지면서 울기 시작했다. 안전벨트 표시가 해제되자마자 안은채 일어나 달랬다.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먹을 것도 놀잇감도, 쪽쪽이도, 그리고 애착 이불까지도 모든 걸 다 거부하며 그저 울어댔다. 숨을 곳도 돌아다닐 곳도 없는 비행기 안에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화장실로도 피해보고 승무원들 준비 공간에도 머물러보고 아기띠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고개도 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이는 이륙 후 3시간 동안을 계속 울었다. 우는 게 힘들어 지쳐 잠이 들 때까지.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둘째로 인한 악몽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는 여전히 심기는 불편해 보였지만 더 이상 울며 보채지 않았다.


호주 입국을 위해선 필요한 서류들이 몇 가지 있다. 미국 입국을 위해 ESTA가 있다면 호주엔 ETA가 있다. 항공사별로 ETA를 무료로 발급해주는 곳들이 있는데 대한항공도 그중의 하나이다. 개별적으로 직접 신청할 경우는 1인당 AUD20을 지불해야 한다.


장기 여행을 하면서 가장 걱정이 되고, 또 그래서 가장 많이 신경 쓰며 준비했던 것이 아이들 먹을 식사와 간식이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호주는 입국 시 음식물 검역을 철저히 하는 곳으로 정평 나 있는 나라였다.

이유식을 만들어 얼리고 아이스박스에 잘 포장하여 비행기에 실었는데 정작 입국 시 가지고 나가지 못한다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여러 곳의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Food List'를 사전에 자세하게 작성하면 그나마 순조롭게 음식 반입이 가능하다는 후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략하지만 한눈에 음식물에 대한 내용이 다 확인될 수 있도록 A4 한 장으로 Food List를 작성했다.


긴긴 비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남반구의 태평양은 깨끗함 그 자체였다. 뿌옇게 낀 것 하나 없이 쨍하고 맑은 자연의 청초함. 처음 와 보는 남반구여서일까? 갑자기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힘든 시간은 지나갔다 이제 우리 네 식구 신나게 여행을 즐겨보자! 짐을 정리하고 등받이와 받침대를 원위치로 돌리고 안전벨트를 맸다. 잠시 후 우리 가족은 무사히 시드니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언제나 긴장되고 초조해지는 장소가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입출국 심사장이다. 그 누구나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되는 곳. 입국 심사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입국 시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서류상 문제없이 무사히 입국을 했다. 잃어버린 짐 없이 무사히 모든 짐을 찾고 이제 세관과 검역을 통과할 차례. 앞의 여러 입국자들이 가방을 열며 검역을 당하고 있었다. 미리 작성해둔 Food List가 빛을 발해줘야 하는 순간이 왔다. 아내가 제출한 Food List를 보던 검역관은 "Excellent"를 외치며 우리를 빛의 속도로 통과시켜 주었다. 노심초사했던 터라 너무나도 안심이 되면서도 괜히 다른 검역관에게 트집 잡히진 않을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드. 디. 어. 호주 시드니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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