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편
휴가 그리고 여행.
떠올리기만 해도 설레는 이 단어들. 여행은 그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벌써 아쉽기 시작한다. 기대하던 여행의 모래시계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로 여행은 떠나기 전 준비하는 시간이 진정으로 설레고 즐겁다. 행복의 엔도르핀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온다. 여행 일정을 짜고 예약하고 공부하는 것부터 떠나기 전날 밤잠을 거의 자지 못하면서 새벽까지 짐 챙길 때까지 그 설렘이 이어지는 것이 여행 전반부의 하이라이트이다.
이번에도 그래야 했던 여행은 전반부의 많은 즐거움을 놓쳐야만 했다. 한 번도 이렇게 오랜 기간 집을 떠나 본 적이 없었던 우리 가족인데 둘째 아이가 심한 감기에 걸려 힘들어했고 아내도 그 감기에 옮아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힘든 여행이 예상되어 여행 시작 바로 전날 여행을 취소하는 건 어떻겠냐고 진지하게 아내에게 얘기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무사히 여행을 다녀올 자신이 도무지 나지 않았다. 가족의 건강 문제가 없었던 과거 짧은 4~5일간의 해외여행들에서도 두 아이를 데리고 너무도 힘들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내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Let's Go! 돌아보면 너무도 후회 없는 아내의 현명한 선택이다. 코로나로 여행을 못 가는 지금의 상황을 볼 때 우리 가족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니까.
저녁 6시 40분 비행기였으나 1시 반에 여유 있게 집에서 출발을 했다. 공항에 도착해 발레파킹을 맡기고 차에서 내렸다. 미묘하게 느껴지는 여행의 긴장감이 기분 좋게 나를 맞이했다. "그래 어쨌든 여행 시작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둘째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출국 수속 전 간식을 먹이며 우리 부부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졌다. 환전한 돈을 찾고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 구간으로 들어섰다.
우리 가족이 아내와 나 아직 둘이던 시절에 면세품 쇼핑은 해외여행의 필수과정이었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번 여행의 면세 쇼핑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면세품만을 서둘러 찾았을 뿐 쇼핑은 불가능했다. 둘째 아이가 이래도 울고 저래도 울기 시작한 것이다. 공항의 그 높은 천장을 통해 울어 젖히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고 어제 왜 여행을 취소하지 않고 기어이 나왔을까 하는 후회가 심하게 밀려왔다.
뭐라도 먹이면 괜찮아질까 싶어서 급하게 라운지에 들어섰다. 하지만 라운지에서도 아이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눈치가 보여 라운지 밖으로 잠시 데리고 나왔더니 또다시 쩌렁쩌렁. 이런 진퇴양난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너무도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라운지 안과 밖을 계속 드나들며 겨우겨우 그 상황을 모면할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 라운지에 머무려 했으나 더 이상은 무리였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면세 구간 곳곳에 아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것들이 있었다.
카카오프렌즈 매장의 라이언과 친구들, 타요 키즈카페, 뽀로로 파크. 그제야 약간의 미소도 보여주는 둘째. 마음이 좀 놓였다. 언니라곤 하지만 여전히 어린 첫째는 너무나도 대견하게 엄마 아빠를 잘 도와주고 있었다.
이제 곧 비행기를 탈 시간. 우리는 게이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