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힘든 것들 중 하나가 여행지에 도착해서 시차에 적응하는 것이다. 다행히 시드니는 우리와 1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보통 우리나라보다 1시간 빠르나, 일광절약 시기가 있음) 시차 적응은 사실 크게 걱정할 필요 없는 여행지이다. 10시간 35분 동안의 저녁 비행 후 도착한 시드니는 아침 6시 15분이었다. 곧바로 하루를 꽉 차게 시작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아이들 돌보느라 간헐적으로 잠시 눈을 붙였을 뿐 밤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우리 부부에게 도착 후 바로 시작되는 하루는 체력과의 싸움이었다. 이 날은 도착하자마자 잠을 억지로라도 자야 하는 밤이 아닌 것이 조금 아쉬웠다.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지 유심칩과 교통카드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유심칩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내와 나의 통신사를 달리하여 구매했다. 시드니의 교통카드인 오팔(Opal) 카드는 환승도 가능하고 여러 번 이용할 경우 할인 적용이 되며 또 하루, 일주일 단위로 최대 지출 금액 한도가 있어 그 이상으로 사용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등의 여러 혜택이 있어 꼭 구매가 필요한 아이템이다. 손과 발이 되어줄 필수 아이템들을 장착했으니 이제 시드니에서 머무는 7일 동안 우리 가족의 안식처가 되어 줄 호텔을 찾아가야 한다.
Sydney 기차 노선도
시드니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구축된 도시이다. 그중 기차는 우리나라의 지하철과 같이 일상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공항은 도심에서 9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매우 가까운 편이다. 기차 T8라인을 타고 Museum 역까지 4 정거장을 약 15분 정도 이동했다. 다행히 이동하는 중간중간 엘리베이터들이 있어서 무거운 여행 캐리어를 운반하는 여행객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 외에 다른 인종을 만나볼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 눈이 이동하는 동안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특히 5살인 첫째는 더욱더 신기해하며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런 낯선 환경에 약간 주눅이 든 것 같기도 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체크인이 오후 2시부터였으나 early check-in이 가능하도록 편의를 봐주었다. 여행지에서는 호텔이 집과 같은 안도감을 준다. 낯선 곳에서 호텔에 무사히 도착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로비에서 3~40분 동안 기다리며 쉬면서 지난 하루의 긴장을 잠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숙소 배정을 받고 짐을 풀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어 있었다. 나는 기내식도 잘 먹는 편이나 아내는 기내식은 거의 먹지를 않는 편이어서 많이 허기져 있을 게 분명했다. 맛집을 찾기보다는 배고픔을 어서 달래줄 수 있는 적당한 식당을 재빨리 찾는 게 중요했다. 호텔과 연결된 몰에서 적당한 noodle집을 발견했다. 아이들도 면요리는 부담 없이 잘 먹는 편이라서 바로 착석했다. 호주에서의 첫 식사였는데 가족들에게 아무 거나 먹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간이 전반적으로 짜긴 했지만 우리 네 가족의 주린 배를 잘 채울 수 있었다.
Darling Quarter
배를 채운 후 여행으로 인한 피로가 느껴지기 전에 숙소에서 나서기로 했다. 한창 놀이터를 좋아할 나이인 첫째를 위해 아내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놀이터를 열심히 검색했다. 여러 후기들을 통해 숙소 근처에 놀이터 시설이 정말 잘 돼 있는 Darling Quarter를 찾았고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그 놀이터가 되었다. 10분가량 도보로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어린이들의 천국이었다. 정글짐, 짚라인, 그네, 물분수, 미끄럼틀 등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와 비교가 불가능한 규모의 놀이터가 눈앞에 펼쳐졌다. 첫째는 너무나도 신나 했고 2시간이 넘도록 "가열차게" 놀았다. 놀이터 이동 중에 유모차를 탔던 막내는 어느새 잠이 들었고 언니가 신나게 노는 동안 계속 잠들어 있었다. 같이 놀이터에서 놀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만큼 푹 자고 컨디션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