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 없이 돌아다니기
시드니에서의 일주일은 방문할 곳과 해야 할 것들이 많은 빡빡한 일정의 여행이었지만 골드코스트에서는 몇 곳의 'Must visit' 장소들을 정한 것 외에 매우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특히 첫날은 일주일 간 지내면서 익숙한 공간이었던 시드니를 떠나 낯선 도시에 적응하기 위한 날이었다. 숙소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둘러보고 근처 몰에서 식사를 해보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여행책자나 블로그에서 봤던 장소들인 것 같으면 차에서 내려 둘러보기도 했다. 역시나 가장 중요한 일은 숙소 주변에서 첫째가 놀만한 놀이터를 찾는 것이었다.
골드코스트에서의 숙소는 조리가 가능한 레지던스여서 식료품점에 들러 식사를 만들어 먹기 위해 필요한 것들과 아이들 간식 등을 구매했다. 호주 마트에서 신선한 문화충격을 받은 것이 하나 있었다. 마트에서 쇼핑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바나나 같은 과일을 먹을 수 있도록 무료 과일 코너를 운영한다는 사실이었다.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호주인들의 작은 배려가 아닌가 싶다. 검색을 통해 한인마트를 찾아가서 라면과 과자 그리고 김치를 샀다. 김치를 사는 기쁨과 한국어로 계산을 하면서 느껴지는 편안함에 웃음이 났다. 한국을 떠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마트 쇼핑을 마치고서 주변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숙소에 돌아와 간단히 정리를 마치고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으로 갔다. 골드코스트에서의 목적 중 하나라면 아이들이 물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거였다. 그래서 숙소를 정하는 기준에 수영장 유무가 매우 중요했다. 실내와 실외가 같이 있는 수영장이었는데 물이 생각보다 많이 찼다. 오래 머무르면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기 딱 좋은 온도 같았다. 1일 1수영이 목표이지 오래 물놀이를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30분 만에 물놀이를 마쳤다. 샤워를 하고 저녁 식사를 위해 다 같이 손잡고 거리를 거닐었다. 그 여유로움이 매우 좋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편안함. 정해진 것이 없이 무엇이든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유연함. 그리고 이 낯선 곳에 혼자가 아니라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라는 사실이 감사하고 든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