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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g Jan 11. 2022

바다와 함께

골드코스트 해변

  여행을 다녀온 후 시간이 지나 여행지들을 떠올릴 때면 여행지마다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골드코스트를 생각할 때 그려지는 이미지는 뭉게구름이 펼쳐진 맑은 하늘에 맞닿아 있는 파란 바다와 모래사장이다. 아내는 수영을 못하고 나는 바닷물에서의 물놀이는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신혼여행에서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해보기 전까진 바다와 해변은 그저 바라보며 즐기는 곳이었다. 해변에서 모래 놀이하는 것은 뜨거운 햇빛에 몸을 노출하여 화상을 입을 수 있고 몸 곳곳에 모래가 들러붙어 기분도 찝찝한 바람직하지 않은 놀이 방법이었고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은 혹여나 모를 파도에 휩쓸릴 수 있는 위험한 놀이라고 생각했다. 또 바다에서 시간을 보낸 후에 몸과 옷에 남은 염분의 꿉꿉함과 끈적임도 매우 싫었다. 


  하지만 우리가 싫다고 해서 아이들이 바다 도시에 와서 바다와 해변을 바라보고만 돌아가서야 되겠는가? 아내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마트에 가서 모래 놀이 세트를 구매했다. 바스켓과 삽,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틀들 그리고 물을 퍼 나를 수 있는 작은 주전자 등이 포함돼 있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에 집중하느라 여행의 필수품인 선글라스를 챙기지 않은 우리 부부를 위해서도 뜨거운 태양과 맞서기 위해 만 원짜리 선글라스 2개를 함께 구매했다. 

  첫날에는 맛보기로 해변 근처에 맞닿아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모래사장을 밟아보기도 하고 발목까지 물이 닿는 파도에 온 가족이 발을 담가보기도 했다. 파도가 무서운 둘째는 물이 다리에 닿자 무서웠는지 울며 어서 안으라 했으나 첫째는 엄마와 손을 맞잡고 첨벙거리며 신나게 돌아다녔다. 


    

  첫날 바다와 친해지기 첫걸음 후 물놀이를 하지 못한 아쉬움은 숙소의 수영장에서 풀었다. 그리고 다음 날 바다와 함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다시 해변을 찾았다. 래시가드 수영복을 입고 선블록을 바르고 모래 놀이에 필요한 도구를 챙겼다. 숙소를 나서는데 매우 선명한 무지개가 나타났다. 시작점과 끝점이 한눈에 보이는 무지개를 처음 보았다.

  처음 하는 모래놀이였지만 첫째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물을 배합하여 조형틀에 넣어 그럴싸하게 나오는 모래 조형물, 마구마구 즐거운 삽질, 판 구덩이에 모인 물, 그리고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 한참을 한 장소에서 모래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직은 낮잠이 필요한 둘째는 잠투정을 하며 칭얼대더니 내 품에서 금방 잠들어 언니가 모래놀이를 즐기는 동안 매우 얌전히 낮잠을 자주었다.


  아직 골드코스트에서 지낼 날이 며칠 남아 있기에 계속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매일매일 또 오자며 설득해서 숙소로 돌아왔으나, 이후 비가 오기도 하고 다른 일정과 겹치기도 하여 결국 이 날이 마지막 바다놀이가 되었다. 코로나로 이렇게 오랜 시간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줄 알았다면 몇 시간이고 더 놀게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해변에서의 놀이를 했던 이날 평소에 잘 안 주던 단 음식들을 매우 많이 허용했던 날로 기억된다. 모래놀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초코라떼 등 단 음식들을 많이 섭취했다. 엄마 아빠가 힘들어 당이 당기니 어쩌면 엄마 아빠보다 훨씬 체력이 좋아 이 정도 놀이로는 굳이 당을 충전하지 않아도 될 아이들에게도 단 음식에 너그러워졌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또 하나의 우리 가족의 추억을 만들었다. 이 날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두 딸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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