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난 아이들
아내와 단 둘이 함께 했던 여행을 떠올려 본다. 언제가 마지막이었고 어디에 가서 무얼 했었나?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없이 여행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부부 둘만의 여행이었다면 해외여행까지 와서 과연 이곳에 방문했을까 싶은 곳이 이 날의 목적지인 Sea World이다.
골드코스트에는 테마파크가 꽤 많다. 드림월드, 웻 앤 와일드, 파라다이스 컨트리, 무비월드, 시월드 등등. 이 많은 테마파크 중에서 시월드를 선택한 이유는 시월드가 수중 생물을 볼 수 있는 수족관과 아이들도 탈만한 놀이기구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어려서(키가 작아) 탈만한 놀이기구가 한정돼 있고 펭귄, 북극곰 등의 해양생물을 많이 좋아했기에 놀이기구가 중심이 되는 드림월드 같은 곳은 우리에게 잘 맞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다시 방문한다면 그때에는 놀이기구가 중심이 되는 테마파크에 가게 되지 않을까? 몇 년 후 훌쩍 커버릴 아이들을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괜스레 저며온다.
입장권은 온라인을 통해 한인 여행사에서 미리 바우처를 구매해서 현장 구매보다 조금은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여유로운 오전 시간을 보내고 12시가 다 되어 시월드 주차장에 다다랐는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할 곳을 찾기 쉽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몰려와 있었다. 언제 가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한국의 에버랜드 같은 곳인가? 적잖이 당황을 하고선 좀 더 서두르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하지만 서두르는 것은 또 아이들과의 싸움이기에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자녀들을 닦달하고 보채고 떼쓰는 아이 혼내가면서 서두르게 하는 것은 여간 힘 빠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이 나서 엄마와 함께 한참 앞질러 가는 첫째와 달리 막내 따님은 뭔가 심기가 불편해 짜증을 내며 발걸음을 느리게 하고 입구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안아 달라고 떼를 쓴다. 험난한 하루가 예상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모의 숙명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입장하여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펭귄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임금펭귄을 만날 수 있어 첫째가 특이 좋아했다. 다큐멘터리 영상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알을 품고 있는 펭귄을 직접 보기도 해서 매우 뜻깊은 날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펭귄 구경을 마치고 바로 모노레일을 타고 테마파크의 젤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부터 하나씩 보면서 입구 쪽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동선 계획을 잡았다. 모노레일 내린 곳 근처에 많이 아이들이 모여서 물놀이를 하는 공간이 있었다. 물놀이를 하게 될 거라 예상치 못해 수영복이나 수건, 그리고 여분의 옷을 충분히 가져오지 않았던 터라 옷을 최대한 가볍게 입히고 물놀이를 시켰다. 다행히 둘째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유모차에 얌전히 앉아 있어 주었다. 날씨가 따뜻했음에도 물이 차가워서 30분 정도 놀곤 매우 추워해 따뜻한 음료를 먹이고 다음 행선지로 향할 수 있었다.
이동하는데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분주히 몰려가는 걸 느꼈다. 확인을 해보니 돌고래쇼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하나의 쇼를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훈련을 해야 하는 동물들에 대한 학대 문제를 아이에게 간단히 설명했지만 그런 얘기들보다는 당장 눈앞의 돌고래를 보는 것이 더 신이 난 아이였다. 아내와 첫째는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고 유모차에서 잠이 든 둘째와 나는 배려를 받아 가장 낮으면서도 쇼에 가까운 자리에 앉게 되었다.
쇼 관람을 마친 우리 가족은 이곳저곳 구경하고 이것저것 타고 다양한 간식을 먹고 걸으면서 씨월드 곳곳을 돌아다녔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혹은 아이가 부모와 하고 싶은 놀이공원에서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우리 아이들이 이 날의 추억을 사랑하는 부모와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매우 크다. 어릴 때의 기억이니 금방 잊힐 테니 가끔씩 이때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도록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