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g Feb 12. 2022

벌써 다가온 아쉬움

골드코스트의 마지막 날

    여행할 때 시간은 두 배의 속도로 흐른다. 셀프 세차장에서 스노우폼과 하부 세차를 하는 것 같다(스노우폼, 하부 세차는 시간이 2~3배 속도로 흐름). 시드니 여행을 마무리하고 골드코스트로 이동할 때는 떠나는 아쉬움보다는 아직 많이 남은 일정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러나 골드코스트에서의 일정도 이제 딱 하루 남겨두었던 이 날,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여행기간 때문이었을까, 매우 진한 아쉬움이 크게 몰려왔다. 어린 자녀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이 시간들을 기억하게 될 만큼 즐거운 여행이었길 바라마지 않지만 육아의 현장은 집에 있으나 여행지에 와서나 마찬가지기에 수많은 잔소리는 기본이었으며 화도 많이 내었고 급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아이들을 다그치기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었다.


    골드코스트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은 하필이면 날씨도 매우 좋지 않았다. 바람이 불고, 비가 뿌리다 개기를 반복하고 중간에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가보지 못한 유명한 관광지들 중 한 곳이라도 가보자며 Surfers Paradise를 찾아갔다. 갑자기 세차게 내리는 비에 제대로 구경도 하지 못하고 쫓기듯 다니고 센 바람에 가족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기 어려웠지만 중간중간 재미있는 액티비티도 하면서 알차게 하루를 보내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둘째는 귀여울 때는 한 없이 귀엽지만 한 번 떼를 쓰기 시작하면 타협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불도저가 되는데 비를 피해 들어온 레스토랑에서도 그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까닭을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들로 고집을 부리며 떼를 쓰다가 그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목놓아 울기 시작한다. 바로 달래지지 않고 한바탕 어쨌든 울고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울었다 싶을 때 살짝 달래듯 다가가면 그제야 본인도 다른 보상을 원하며 포기를 하는데 대부분은 안아달라는 요구이다. 

    비 피할 곳을 찾아 다급하게 들어온 적당한 식당에서 시킨 음식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어쨌든 한 끼 식사를 해결했다.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부담 중 하나이기 때문에 미식가 흉내는 내기 쉽지 않다. 연애시절 그리고 결혼해서 이 보물들이 우리에게 오기 전까진 그래도 나름 맛있고 고급스러운 음식들 찾아 먹던 우리 부부였는데.


    식사를 마칠 때쯤 갑작스러웠던 폭우도 다행히 멈췄다.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Surfer's Paradise라 적힌 해변 입구에서 가족사진을 시도했으나 여러 번 시도에도 성공을 못하고 비가 또 올까 겁이 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남들에겐 보여주지 못해도 우리 가족끼리는 볼 수 있는 추억용 사진은 남겼으니 됐다.


    숙소 근처까지 와서 둘째 분유 먹일 시간도 됐고 우리 부부도 식후 커피가 너무 당겨서 스타벅스에 들렀다. 한창 낮잠 시간이 지난 둘째는 분유를 먹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식당에서의 짜증이 낮잠을 자고 싶은 잠투정이었나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동하는 차속에서도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도 한 번 잠들면 깨지 않는 아직은 너무 어린 우린 막내. 어쩌면 해외여행이 아직은 버거울 시기인데 엄마 아빠의 욕심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전 12화 바다와 함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