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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g Mar 14. 2022

마지막 목적지

Brisbane

    큰맘 먹고 어린 자녀 둘과 함께 시작했던 여행이 어느덧 종반부를 향하고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때면 찾아오는 진한 아쉬움과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슬픔이 브리즈번을 향하는 시간에 함께 밀려왔다. 들뜬 마음으로 마냥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시드니와 여행의 불편함에 익숙해지며 여행 자체를 즐겼던 골드코스트에서의 시간은 벌써 사진으로 만나며 떠올리는 추억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여행지인 브리즈번으로 이동하기 위해 체크아웃을 하고 렌터카에 짐가방들을 욱여넣으며 여행의 끝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브리즈번에서의 5박이 남아 있다.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보자.


    체크아웃을 마치고 근처 몰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지나칠 때마다 탔던 옥토넛 소형 놀이기구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이용을 했다. 아쉬움은 다음번 방문을 기약하며 마음속에 넣어두고 출발을 한다. 브리즈번을 향해 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했는데 호주에서 고속도로 운전은 또 처음이다 보니 은근히 긴장감이 몰려왔다. 또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는 회전교차로(라운드어바웃)가 많은데 라운드어바웃을 이용하는 것도 익숙지가 않아 걱정이 앞섰다. 라운드어바웃에 진입하면서 제대로 끼어들지 못한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뒤따라 오던 차가 경적을 울리며 난리를 치며 쌍욕을 해대며 지나간다. 한국에서였다면 참지 않고 대거리를 하며 맞싸웠을 테지만 지금은 낯선 길에서 내 가족들을 모두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다. 가볍게 무시해주고 난 나의 길을 가기로 한다. 그들이 지껄여대는 쌍욕이 영어였기에 다 못 알아들은 것도 참을 수 있었던 큰 이유였는지도 모르겠다.


    달리던 차 안에서 아이들은 어느새 잠에 들었다. 막내에게 직사광선이 비친다. 빛이 불편해 얼굴을 찡그리는 아이를 위해 담요로 그늘막을 만들어 주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목적지인 브리즈번 소피텔에 도착을 했다. 렌터카 없이 공항에 가기 쉬운 동선을 위해 선택한 호텔이었는데 지어진 지 오래되어 전반적인 시설은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맛도 함께 느껴지는 그런 호텔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짐을 풀고 나니 한 것도 없는데 날이 저물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편안하게 브리즈번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구글맵을 켜서 주변의 평점 높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아이들과 충분히 걸어갈 만한 거리였지만 혹시나 힘들어 할 수도 있는 막내를 위해 유모차를 끌고 갔다. 그런데 비가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한다. 많이 오지 않길 바라며 컨시어지에서 우산 2개를 빌렸다. 생각보다 빗방울이 굵어졌다. 우산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보슬비는 유모차를 끌고서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앉아 있는 막내에게 빗방울이 다 떨어졌다. 우산과 유모차 조합을 포기해야 했고 유모차는 메야하는 짐이 되었다.

 


    조금 헤매다가 식당에 도착했다. 왠지 아이들과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고급 레스토랑인 것만 같아 살짝 긴장했으나 아이들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는 종업원을 보고 맘을 놓았다. 평점이 어느 정도 높은 식당이었기 때문인지 처음 시킨 메뉴들이지만 다들 너무 맛있었고 아이들도 잘 먹어주었다. 아이들이 맛나게 먹었으니 식당 선택은 성공이다. 살짝 어두운 낯선 레스토랑에서 우리 네 식구가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찰나의 행복과 감사가 밀려온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먼 곳까지 여행 올 수 있었고 건강하게 사고 없이 잘 다니고 있고 이 사랑스러운 우리 부부에게 온 소중한 선물인 아이들이 함께 웃으면서 밥을 먹고 있다는 소소한 감사함. 여행을 떠나던 날 감기로 몸이 힘들어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그토록 우리 부부를 힘들게 했던 막내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더 감사했던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을 안고 편안한 브리즈번에서의 첫날밤을 위해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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