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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g Jul 11. 2022

잊지 못할 Brisbane

값비싼 수업료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 2가지는 항공편 예약과 숙소 예약이다. 여행의 틀을 잡아주는 기본 2요소이기 때문이다. 항공편은 대부분 최저가로 예약을 하기에 일정 변경이나 취소가 불가능한 제약 조건이 있고 또 예약 후 결제도 보통 바로 해야 해서 다수의 예약을 해놓고 저울질할 수 없다. 그래서 한 번 결정하고 나면 여행의 처음과 끝이 확정된다. 


    반면에 숙박 예약의 경우는 항공편에 비해 조금은 유연하다. 몇 월 며칠까지는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는 조건들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가고 싶은 유력한 숙소 2~3개를 복수로 예약을 잡아두고 관광지와의 거리, 호텔 시설, 그리고 블로거들의 후기를 고려하여 최종 숙소를 정하고 나머지 숙소들은 위약금이 발생하기 전에 예약을 취소하곤 한다. 이번 호주 여행도 평소처럼 이런 절차로 숙소를 예약했다. 그런데 도시 3곳의 숙소를 예약해야 하는 상황이니 여행지 한 곳의 숙소를 정하는 것보다 몇 배나 많은 신경을 써야 했고 그로 인해 실수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


    브리즈번에 머물면서 가장 자주 다녔던 사우스뱅크 스트리트 비치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뜬금없이 숙박업소 결제 문자가 휴대폰을 울렸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신용카드를 도난당했고 그 카드를 누가 쓴 것인가? 아니면 어딘가에서 내 신용카드 정보가 해킹당해서 카드 복제를 당한 것인가? 여유롭게 가족들과 숙소로 돌아와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카드를 도난당한 것도 카드 정보를 해킹당한 것도 아니었다. 시드니와 골드코스트까지의 여행에서는 하지 않았던 숙소 예약 실수를 브리즈번에서 결국 하고만 것이었다. 중복 예약한 Meriton Suites의 예약을 취소하지 않았고 체크인 당일 'no show'처리가 되어 1박에 대한 숙박료가 결제된 상황이었다. 그렇게 30만 원 가까운 돈을 순식간에 날리고서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짜증이 솟구쳤고 분출되는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서 애먼 가족들에게 신경질을 부리기까지 했다. 

걷는 길 뒤로 보이는 우뚝 솟은 Meriton Suites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누구도 탓할 수 없는, 그리고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실수. 여행에서 작은 돈도 아끼려고 그렇게 애썼으면서도 실수 하나로 30만 원 가까운 돈을 날려버린 그 부조리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한참을 헤맸다. 마음을 다잡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했다. 아내에게 실수에 대한 미안함을 전달하고 나 스스로도 이 상황을 어떻게든 넘겨야 하는 이유들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자책하는 내게 아내는 괜찮다고 그저 돈이 조금 없어진 것일 뿐이지 가족들 중 누군가가 다친 것도 아니라고 현명한 조언을 건넸다. 


    내 실수로 가족들에게 예민하게 굴고 아까운 여행의 시간들을 망친 것이 참으로 미안했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맘을 전달하고 잊히지 않지만 잊은 척 마음을 다잡았다. 비싼 수업료를 냈으니 다음 여행부터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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