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던 커피산업의 변화(4)
음. 요즘 드립백 커피와 캡슐커피가 많이 보이는군!
나는 종종 '기념품'을 통해 요즘 많이 팔리는, 혹은 공급되는 물건이 무엇인지를 인지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시기에는 각종 행사장에서 에코백이나 장바구니가 제공되고, 또 다른 시기에는 플라스틱 보틀이나 텀블러가 유행처럼 제공될 때가 있지 않은가. 내가 가장 최근에 받은 기념품 중 하나가 드립백 커피였으니 지금은 '드립백 커피'가 많이 공급되는 제품이구나를 감지할 수 있었다.
국내외 유명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들도 드립백 커피를 판매하고 있고 우리 매장에서도 "드립백 커피는 없나요?" 하는 질문을 받기도 하니 드립백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수시로 체감된다. 휴일 기념품과 증정품으로 받은 드립백 커피를 마시며 '세상 편하다'는 생각을 했으니 드립백 커피의 편리함은 나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행히 나는 그 필요가 극히 적어 구입을 하지 않을뿐.
드립백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커피 시장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캡슐커피'다. 몇몇 글로벌 커피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던 캡슐커피 시장은 2012년부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네슬레가 보유하고 있던 커피캡슐 원천특허가 만료되면서 네스프레소에 호환되는 캡슐커피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스터리의 증가와 바이러스로 인해 확산된 홈카페 문화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들에게 고객을 보다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어느 정도의 맛이 보장되면서 편리하기까지 한 드립백과 커피캡슐 시장에 로스터리들이 뛰어들지 않을 이유는 적을 것이다.
이미 국내에도 캡슐커피를 생산하는 업체가 등장했고, 유명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도 이 시장에 등장했으니 국내 캡슐커피 시장은 더 확대되리라 짐작된다.
문제는 인간이 편리함을 추구할수록 많이 생산되고, 쉽게 소비되고 버려진다는 것이다. 네스프레소의 캡슐은 알루미늄 바스켓, 커피, 필터, 캡 등으로 구성된다. 알루미늄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지만 캡슐커피는 혼합재질로 구성되기 때문에 분리배출 체계상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캡슐커피 머신으로 가정용 커피머신에 혁명을 일으킨 네스프레소는 캡슐커피로 인한 환경오염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인식으로 커피 캡슐을 수거하여 재활용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네스프레소가 무상으로 캡슐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자 인지도가 낮아 10명 중 4명만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 기왕 네스프레소의 커피캡슐을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회수 프로그램에 꼭 참여하면 좋지않을까.
현재 국내에서 사용이 끝난 커피캡슐을 수거하는 브랜드는 네스프레소뿐이다. 일리에서도 가정용 캡슐커피 머신과 전용 캡슐커피가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캡슐을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캡슐 분리 오프너를 공식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리 캡슐커피는 네스프레소와 달리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전용오프너를 사용하여 뚜껑을 분리하고 내용물은 일반쓰레기로 버린 후 용기는 플라스틱으로 배출할 수 있다.
반가운 것은 캡슐커피를 사용하는 소비자들 중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 덕에 캡슐커피를 즐기면서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도 등장하니 대안을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 더디더라도 변화는 지속되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네스프레소의 특허 만료로 등장한 호환캡슐들은 알루미늄 혹은 플라스틱 캡슐로 생산되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호환캡슐을 생산, 판매하는 업체 중 캡슐 회수에 대한 안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국내 캡슐커피 시장이 더 확대된다면 이를 생산, 판매하는 업체들도 회수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022년 경향신문 기사에 의하면 국내 연구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폐커피캡슐에서 플라스틱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니 '의지가 있는' 사람은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캡슐커피나 드립백 커피 외에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니 각자에게 맞는 다양하고도 간편한 커피 추출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