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밤토끼 May 17. 2023

뽀얀 냅킨 이야기

우리 매장에 없는 것(2)

죄송하지만... 일회용 냅킨이 없어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카페를 운영하기로 한 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평소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 내 모습이 어땠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냅킨을 여러 장 챙기는 나, 컵과 테이블에 맺힌 물기를 냅킨으로 수시로 닦는 나, 결국 사용하지 않은 냅킨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나, 온갖 가방 내부 포켓에 사용하지 않은 오래된 냅킨이 떠올랐다. 


이런 나의 습관을 떠올리며 아토모스에서는 일회용 냅킨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의미는 좋은데 세탁을 어떻게 하려 하냐" "흰색 말고 어두운 색 천을 써요" "얼마가지 않아 일회용 냅킨을 사용하게 되지 않겠어요?" 이런저런 주변 사람들의 우려와 만류가 있었지만 나는 며칠 동안 재봉질을 했다. 


음료나 디저트가 손님에게 서빙될 때 다회용 냅킨을 제공한다.  다행히 매장을 오픈했던 2021년 2월부터 지금까지 다회용 냅킨 사용을 유지하고 있다.


매장을 준비하던 때에 사탕수수 부산물이나 대나무로 만든 일회용 냅킨이 판매되고 있었지만 일회용 냅킨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회용 냅킨 50여 장을 완성했다.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라고 하면서도 나의 의견을 수렴해 준 아토모스의 바리스타에게 감사하다.


매장 오픈 초기에는 '보여주고 싶다'라는 욕망이 있었던지 매장 이용객에게 다회용 냅킨을 기본적으로 제공했다. 다회용 냅킨을 본 손님들의 반응은 다양했는데 대체로 놀라움(일회용품이 아니라는 것, 매일 삶는 노고, 뽀얀 때깔)과 대접받는 것 같다는 긍정적 피드백이 많았다. 반대로 일회용 냅킨이 없다는 말에 테이크 아웃 손님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두루마리 휴지를 필요한 만큼 갖고 가시라 안내를 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냅킨을 요청하는 테이크 아웃 고객이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냅킨 사용이 필요치 않을 때도 있었고, 새하얀 냅킨을 오염시키기 미안해 쉽게 사용하지 않기도 했다. 손님에게 제공된 냅킨은 사용되지 않아도 위생을 위해 세탁을 해야 하는데 그것 역시 낭비라고 생각되어 얼마 후 음료만 주문한 손님에게는 냅킨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했다. 


냅킨이 필요하면 요청해 주세요.


흥미로웠던 것은 냅킨을 요청하는 고객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추측건대 쉽게 취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꼭 필요치 않은 냅킨을 요청까지 해가며 사용할 이유는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됐다. 


다회용 냅킨을 사용하기로 했을 때 걱정된 두 가지는 방문객의 컴플레인과 매일 삶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특별한 컴플레인이 없었고, 바리스타인 남편이 카페라는 일상공간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에 동의하면서 지금까지 일회용 냅킨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조금 놀랐던 것은 물티슈나 휴지를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제공된 다회용 냅킨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매장 공간을 찾던 시기에는 홀에 조그마한 세면대를 놓고 고객들이 손만 씻을 수 있도록 하면 냅킨이나 물티슈 사용을 줄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 공사를 최소화하려니 세면대를 놓을 수 없었다. 하다못해 매장 내 화장실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손을 씻으러 2층 화장실까지 가야 한다는 것은 불편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첫번째, 두번째 사진은 2년 정도 사용 한 다회용 냅킨. 사용 후에는 매번 삶았기 때문에 오래 사용했어도 정말 새하얀 자태였다. 마지막 사진은 교체한 다회용 냅킨.


처음 만들었던 다회용 냅킨을 약 2년간 삶아 쓰다 보니 낡은 부분이 생기기 시작해 새로운 냅킨으로 교체했다. 잘하지 못하는 재봉질을 하며 '이건 두 번은 못 만들겠다'는 마음이 강렬했기에 두 번째 냅킨은 업체에서 만든 제품으로 구매했다. 


교체된 지난 냅킨은 손님들에게 내놓기에는 조금 낡긴 했지만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까운 상태였기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내가 사용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재봉질 대신 손바느질로 케이스를 만들었다. 


집에 있는 패브릭을 활용해 냅킨 케이스를 만들었다. 휴대용 냅킨을 가방에 넣어 다니며 손수건 대신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낯설고 불편한 서비스가 누군가에게 우리 매장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확실히 큰 호감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페에서 명상을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