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하나로 1인 코스요리를
버그라도 난 줄 알았는데 전복이 세일을 한다고 했다. 가격을 확인했다. 100g 내외의 크기도 꽤 큰 완도 전복이었고 살아있어 싱싱했지만, 아니 세일을 했어도 이렇게 비싼가 싶었다. 하지만 멤버들의 진지한 태도에서,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직감이 들었다.
나 : 전복으로 뭘 해 먹죠. 삶아서 초고추장 찍어 먹나요?
멤버 A : ... 삶아요?? 이 좋은 전복을 초고추장???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전혀 몰랐다.)
멤버 A은 그 좋은 전복을 왜 삶으며 초고추장을 묻히는지 전혀 이해하기 어려웠다. 순간 서로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교차했다. 우선 주문을 했다.
당황스러움은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살아있는 생물체로서의 전복 두 마리를 받았다. 아직 움직이는 전복을 받아보니, 이 생물체를 도대체 어떻게 잡아먹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멤버 1에게 맛있게 먹는 비법을 전수받아 집에 들어갔다.
사냥에 성공한 맹수처럼 뿌듯하게.
전복 두 마리로 즐기는 세 가지 코스의 맛
난이도 (하) /조리시간 (25분) /취향 점수 (98점)
흐르는 물에 전복을 씻어내고, 칫솔로 깨끗하게 닦아준다. 그리고 수저를 살짝 밀어 넣어 살을 껍질과 분리한다. 전복 살에 붙어있는 녹색 내장 부분은 살짝 다듬어 분리해준다.
마지막으로 놓치지 말고 전복의 한쪽 끝에 딱딱하게 붙어있는 무언가를 떼어내줘야 한다. 위치를 잘 잡아 엄지손톱으로 꾹 눌러주면 쉽게 빠지는 것. 이 딱딱한 것은 전복 이빨이다. 전복도 이빨이 있었겠지.. 신기하다.
식재료를 즐기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싱싱한 상태에서 조리 없이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이다.
그렇다. 살아있는 전복이 있다면, 생전복을 먹어봐야 한다. 전복 반개를 썰어내어 작은 그릇에 담았다.
갓 짜낸 참기름에 소금을 뿌린 소스를 찍어 먹는다. (초고추장이 아니라) 희한하게도 전복에서 달고, 고소한 맛이 풍미 가득 올라온다. 게다가 오도독 씹히는 쫄깃한 맛은 정말 훌륭하다. 정말 놀라운 맛이다.
음식의 풍미를 높이는 방법.
버터에 전복을 구워낸다.
전복 하나를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버터와 얇게 썰은 편 마늘을 같이 구워내면, 살살 녹아내린 버터와 마늘 향이 격자로 칼집 난 버터의 겉표면에 스며든다. 전복의 겉표면이 갈색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다. 좋은 접시에 내려놓아도 좋지만, 전복 버터구이는 접시에 놓기 전에 바로 먹는 것이 제일이다.
전복 반개와 남은 내장은 마무리 요리로 사용한다.
전복의 영양소 중 65% 이상이 내장에 집중되어 있어 버리지 말고 즐겨야 할 부분이다. 양파, 당근 등 다진 채소들을 넣어 전복죽을 끓여 먹으면 전복 코스요리의 마침표가 된다.
초고추장 없이 전복 2개를 알차게 요리했다. 생으로 먹고, 구워 먹고, 죽으로 먹고. 변덕스러운 날씨에 단순한 재료지만 이보다 더 좋은 보양식이 있을까 싶다.
오늘의 먹는 취향 : #전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