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만난 게 벌써 3년전인가봐
2021년 5월 12일.
너는 형, 누나들과 함께 옹기종기 붙어서 나를 보았지.
사진으로 너를 보자마자, 나는 널 데리러 가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
너를 데리러가기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서울에서 김해까지 비행기를 타고 갔어
별다른 고민은 되지 않았달까
마치 으레 그래야하는 것처럼?
실물로 본 너는, 한손에 올라갈 만큼 작았어
만져도 되는걸까, 신생아였던 동생을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러웠어
너를 조심히 이동장에 옮겨오던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해
친구의 차에서 따뜻한 햇빛을 느끼며 노곤노곤 낮잠을 자다가 처음 타보는 비행기에선 너무 놀라 숨죽여 있었지.
집으로 향하는 길에 택시를 타자마자 너는 놀람과 서러움을 담아 삐약거리기 시작했어.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어쩔줄 몰라하며 널 매만지고 달래는데,
택시기사님 눈치보랴, 널 달래랴 마음이 바빴던 그 순간이 눈앞에 스친다.
이후 넌 꽤 집에 잘 적응했고, 마치 원래 너의 공간이었던 양 당당하게 모든 곳에 나타나 참견했지
겁은 되게 많으면서, 낯선 사람을 제일 좋아하고, 재롱을 피우다가도 원하는 이상 만지면 깨물고 네 멋대로였어
아직은 아기라, 잔병치례가 많았어
내 일로도 휴가를 잘 안냈는데, 너 병원데리고 가느라 휴가도 많이 낸 거 같아
퇴근하고 심야병원도 종종 가고 말이야.
밤에는 병원비가 훨씬 비싸서 휴가가 나을지 심야병원이 나을지 종종 고민했었어
하지만 다행히도 입원을 할만큼 큰일은 없었던 게 참 다행이야
내가 다른 생명체를 이렇게 알뜰살뜰 보살피고 사랑하게 될 줄이야...
너는 내가 회사를 갈 때면 현관문 앞까지 함께 나와 문을 긁고 내 다리를 할퀴었어
미안하고 애처로우면서도 나를 사랑해주는게 느껴져 고마웠어
홀로 있는 네가 외로울까싶어서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게 캣타워, 창문에 부착하는 해먹, 건전지로 돌아가는 장난감 등을 두었지만, 퇴근길에 해먹에 누워 밖을 보고있는 너를 볼 때면 쓸쓸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 같았어. 왜냐면 가끔 내가 밑에서 너를 부르면 너는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한참이나 보았거든.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면 벌써 너는 문앞까지 와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
나한테 냥하고 인사를 건네고, 한참을 다리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너의 냄새를 묻히고 하루종일 어디를 다녀왔냐는듯 잔소리를 했어. 사실 그게 무척 좋았어.
너와 지내는 3년 동안 우리는 3곳의 집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어.
새로운 이웃들이 생기기도 하고, 동거인이 생기기도 했지.
너는 낯을 가리지 않아서 그들한테도 꽤나 다정했는데, 그게 나는 가끔 질투가 나더라.
그래도 아직은 내가 1순위같아서 안심이야. 우리가 보낸 시간이 있는데, 그치?
네가 없는 나의 일상이 상상이 되지 않아.
퇴근시간이 되면 문 근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잘 시간이 되면 내 방으로 들어와 침대 밑에 있다가 불이 다 꺼져서야 슬쩍 침대로 올라오는 네가, 아침에 일어나면 옆에 누워있는 네가 내겐 '위로' 그 자체랄까.
사랑이라는 걸 너를 통해 새로 배우는 거 같아.
모자른 점이 많고, 변덕이 심하고, 네게 한결깉지 않은 나를 사랑해줘서, 매일 나의 귀가를 기다려줘서 고마워
오늘은 꼭 사냥놀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