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리포레relifore Sep 08. 2021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초보 정원가로서의 삶

2020, 1년간의 전원주택 정원 가꾸기의 기록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 한다.
-카렐 차페크


이 이야기는 정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올 해 펼쳐진 알 수 없는 인생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원주택을 결정하고 나니, 역시 정원을 꾸며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할로윈 체험 때 방문해야지, 하고 팔로우를 걸어 두었던 고기리 농장에 나무랑 꽃을 사러 방문하게 될 줄 몰랐어요.

2월에 가봐도 예쁜 화분이 많았어요. 수국, 영국장미, 에메랄드 그린, 블루베리랑 미니 사과 나무, 라일락을 사서 배송을 시켜 놓고 이사를 했습니다.



에메랄드 그린 두 그루

이사를 하고 원하는 날짜에 드디어 나무들이 도착했어요.



라일락, 영국장미, 수국, 납작 복숭아 나무

전 주인 내외는 아기가 어렸어서 3년 동안 거의 정원을 가꾸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어딘 지 모르게 휑한 여백의 미가 있던 마당. 오히려 저는 더 좋았습니다. 이제 차차 제 마음대로 꾸미면 되니까요.(물론 왕초보라 심어 놓고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배송 된 나무들을 어디에 심을 지 먼저 놓아둡니다.

심은 완성샷은 잠시 뒤 차차 보여드릴게요.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정원을 계절별로 꾸미며, 누리기 시작했어요.


그럼 봄부터 살펴볼까요.





이제 진정한 봄이 되었습니다.

우리집 마당엔 벚나무가 있었습니다. 3 초만 하더라도 초록초록한 잎들이 없어서 그런지 우리집 마당에 있는 나무들의 이름을 도통  수가 없었는데, 다들 자기 차례에 이렇게 멋진 꽃을 피워 냅니다. 그럼  나무가 벚나무였구나!, 하고 초보 정원가는 그제야 알게 되죠. 덕분에 이렇게 호사스러운 마당 벚꽃놀이를   있습니다. 마당에 앉아 커피  잔을 마시면 나만의 카페로 변신합니다. 재즈 음악이라도 블루투스 스피커로 연결해 들으면 분위기 최고 입니다.



큰찌가 이렇게 저를 위한 꽃다발도 만들어 주었어요.



햇살 좋은 날 나무 옆 빨랫줄에 빨래를 널어 놓으면 마음마져 후련해집니다. 저렇게 큰 이불도 햇볕에 바짝 보송보송 마르니 전원주택 살기 진짜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번에 사온 블루베리와 미니 사과 화분도 점차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벚나무가 지면 이번엔 영산홍 차례입니다. 마당과 정원에서는 이런 식으로 계속되는 꽃놀이가 가능하죠.


정원 가꾸기의 또 다른 일거리1, 잡초제거​

위의 사진은 돌틈 사이 잡초 제거를 한 뒤에 찍은 사진이었는데 잡초가 제거되니까 훨씬 깔끔하게 꽃들이 보이더라고요. (초보라 얼마 안 했는데도 며칠 온 몸의 모든 근육이 아팠네요.)



영산홍과 함께 사과꽃이 만개했습니다. 아니 사과꽃 향이 이렇게 진하고 좋다니! 30년 넘게 살았어도 올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돌이켜보니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는 한 해였네요.



집 옆은 산과 이어져 있어서 빨갛고 분홍분홍한 영산홍과 초록색이 대비되어 더 눈에 띄네요.




봄과 여름의 사이


블루베리꽃도 피었어요. 블루베리꽃이 진 자리엔 블루베리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꽃을 찍다보니 달팽이가 기어가는 모습도 포착이 됩니다.



3월에 심은 라일락 나무에도 꽃이 피기 시작해요. 역시 향기가 끝내줍니다.



이웃분들이 꽃을 종종 나눠주세요. 개양귀비꽃도 고,


메리골드랑,



사루비아도 심었습니다.



영국장미는 이렇게 테두리도 둘러 주었어요.



수국도 점차 파릇파릇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드디어 영국장미가 꽃을 피웁니다. 제일 기대했던 꽃 중 하나였는데 색이 너무 곱네요.



그 사이 메리골드랑



수국도 점차 꽃이 많이 피기 시작했어요.




여름


여름으로 접어 들자,

드디어 블루베리가 익기 시작합니다.


그 사이 이웃집 마당 곳곳에서 진한 향기가 퍼지기 시작해요. 초보 정원가라 모르는 게 많은 터라, 여기 저기 찾아다니고 여쭤봅니다. 이 시기엔 백합이 피는 군요!


결국…


퇴근 길, 꽃집에 들렀습니다.


아파트에 살 때는 화병에 꽂아 잠시 향과 색을 즐기기만 했는데, 정원을 가꾸니 천천히 피고, 지는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는 다른 분들도 이렇게 점점 꽃 가꾸기에 빠져드신 거겠죠? 충동구매로 꽃을 사게 되다니 말입니다.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 입고 제일 먼저 꽃을 심어 봅니다. 꽃을 심는 일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지만, 심을 자리를 선정하는 일이 좀 어려워요. 화병처럼 그때 그때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오래도록 자랄 수 있는 곳, 다른 식물들과 어울리기 좋은 곳.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선정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몇 년 뒤 키가 큰 꽃이 앞에 있고, 키가 작은 꽃이 뒤에 있는 경우도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꽃을 가꾸는 일은 당장이 아니라, 미래까지 생각해야 되는 일이었네요.



가을


어느덧, 가을에 접어 듭니다.

봄, 여름 꽃들이 하나, 둘 져 버리고

정원을 신경 쓰지 않았더니 어느새 정원이 좀 휑 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가을의 어느 날,  다시 꽃을 사러갔습니다.

역시 정원은 미리미리 계획을 세우고 전체를 보며 진행했어야 했어요. 공부를 좀 해 보니, 봄에 가을을 위한 꽃씨들을 뿌려 놓아야 하더라고요. 가을엔 내년 봄을 위한 구근을 심어 두고요.

일단 월동이 가능한 꽃들을 찾아 한아름 사왔습니다. 원예용 상토도 오랜만에 창고에서 꺼내고 또 일을 시작해 봅니다.

그동안 수국이 너무 많이 자라서 국화 심을 자리가 애매하더라고요.(이것도 역시 미리 클 것을 생각해서 심었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수국을 이사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국화정원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우리집 마당냥이들도 꽃밭을 좋아하는  봅니다. 이렇게 나무도 올라갔다가,



이렇게 자주 꽃밭 안에 들어가더라고요.(여길 냥이 포토스팟,쯤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이 국화꽃은 이웃분께서 주셨는데 심고 나서 보니, 고흐의 해바라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은은하고, 그윽한 분위기가 멋집니다.



정원 가꾸기의 또 다른 일거리2, 전지

가을쯤 되니 소나무 잎이 너무 무성해져서 중간중간에 말라 죽은 부분도 보이고 전반적으로 답답해졌습니다. 그래서 또 이웃분들께 자문을 구해 전지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번엔 남편의 차례입니다.



여기는 소나무 미용실

소나무들이 시원해졌어요. 전지작업은 관상 뿐만 아니라, 소나무 건강에도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하네요. 남편은 이 작업을 끝내고는 전지가 제일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초보치곤 완성작이 괜찮게 나와 소질이 있나보다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어느새,

완연한 가을 입니다.

바쁜 일상과 코로나19라는 혼란 속에 휘둘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가을의 절정.


하마터면 놓칠  했어요,  가을을.

거실 창이 은행나무 뷰로 바뀌었습니다.(전원은  계절   뷰가 달라지는   하나의 장점입니다.)


온통  밖이 초록색이었을 ,  자리에 은행나무가 있었나?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노랗게 변해 커다란 위용을 뽐내고 있더라고요.


바람에 흩날리는 은행나뭇잎은 벚꽃만큼이나 장관을 연출합니다.



가을엔 호사롭게 마당에서 단풍놀이를 즐깁니다.

프라이빗한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즐기는 단풍놀이.



동네에는 미리 봄에 씨앗을 뿌려두셨다는 코스모스가 만발입니다. 이렇게 인생도 꽃을 보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거겠죠.



겨울


11월 중순,

이젠 겨울을 준비할 시기입니다.


이제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한 나무들.


여름 뙤약볕에 자주 물을 줘야하고, 시시각각 자라는 잡초도 제거해야만 하는 노동들이 쉬어도 되는 시기입니다. 정원가에게 제일 편한 계절이라고도 하더라고요.(월동이 잘 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고요한 마당, 정원에

고요하게 눈이 내리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겨울 정원을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내년 봄의 정원을 준비해야 하겠죠.



현재,

우리집에는.

에메랄드 그린,

블루베리나무,

미니사과나무,

납작 복숭아 나무,

있었는 지 모르던 대추나무,

감나무,

라일락나무.


그리고 꽃은.

수국,

영국장미를 비롯한 장미 세 그루,

메리골드,

사루비아,

꽃잔디,

백합,

국화들,

샤프란,

무궁화,

그리고 월동 된다고 샀던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있습니다.



나의 정원엔

내년엔 무엇이 더 있게 되려나요.

이번 겨울에

공부와 생각을 좀 더 해 봐야 겠어요.


내년 봄을 위한 즐거운 준비랄까요.



2020.11.18

이전 01화 30대에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